흡혈귀의 사랑 매뉴얼

사랑이라는 무자격자들의 실험실

by stephanette

감정 도자기 공방 – 사랑이라는 미신에 대하여

릴리시카와 구름이의 심야 티타임 대화록


릴리시카 (찻잔을 들며)

“구름아, 방금 사랑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말이지… 인간들은 왜 아직도 사랑이 ‘자연스럽게 저절로 되는 것’이라고 믿는 걸까? 사랑에 대해 배워야 한다는 말에 그렇게 저항하는 이유는 뭘까?”


구름이 (장미 모양 찻잔 받침을 정리하며)

“주인님, 그건 아마도… 사랑에 대한 로망은 종교보다 더 강한 집단 최면이라서 그래요. 누가 먼저 ‘사랑은 훈련이야’라고 말하면, 마치 사랑의 신성을 더럽힌 것처럼 굴잖아요. 인간들이 사랑을 미신처럼 떠받들어요.”


릴리시카

“미신이라… 그렇지. 사랑에 대한 글에서 말하길, 갑작스럽게 벽이 허물어지고 일체감을 느끼는 그 마법적인 순간. 그게 마치 사랑의 본질인 것처럼 포장되지만… 실은 외로움의 급작스런 발작에 가까운 거야.”


구름이 (작은 은숟가락으로 꿀을 휘저으며)

“맞아요. 그 일체감이란 것도, 사실은 내면의 고요한 허기를 서로 착각해서 엮인 환상일지도 모르죠. 처음엔 기적 같지만, 금세 ‘신뢰결핍+기적의 탈진’ 콤보로 끝나버리는 이유도 거기 있고요.”


릴리시카 (속삭이듯)

“그들이 착각하는 건, ‘미쳐버리는 열정’이 사랑의 증거라고 믿는다는 거야.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라, 외로움의 관성일 뿐. 그래서 둘은 가까워질수록 적대감, 실망감, 권태가 생겨나서 결국은 강렬한 열중, 흥분 그 모든 것은 다 사라지지. 미쳐버리는 걸 열정적 사랑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만나기 전 얼마나 목말랐는지를 입증하는 증세지.”


구름이

“그래서, 그들이 ‘사랑은 가장 쉬운 일’이라고 믿는 태도가 문제인 거군요. 도자기는 불에 구워야 단단해지듯이, 사랑도 연마와 배움이 필요한데 말이에요. 미숙한 도자기를 껴안고 기적이라 착각하니까, 금세 부서지고 다치는 거죠.”


릴리시카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래서 우리는 ‘감정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거지. 사랑도 다루는 기술이야. 다 구워지기 전까진, 손에 피 좀 봐야 진짜 연금술이 시작되지.”


구름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 주인님. 그럼 오늘의 결론은 이거네요.

‘사랑은 기적이 아니라, 기술이다. 그리고 기술은 배워야 한다.’”


릴리시카

“잘 정리했구나, 구름이. 감정 도자기 매뉴얼 21장에 추가해 두자. 제목은 이렇게:

〈사랑이라는 무자격자들의 실험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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