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선 온갖 생각이 마구 펼쳐지잖아. 아니라고? 핸드폰을 내려놔.
난 500살 먹은 흡혈귀 할머니야.
종종 동안이라는 말을 들어. 당연하잖아 무려 500살인데. 뭐라해도 동안이지.
난 출근 시간이 좋아.
물론, 다들 생각하듯이 그런 일중독은 아니야.
그래, 솔직히 말하면 그랬던 적도 있어.
출근의 목적지가 좋다는게 아니야.
그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좋다는 말이야.
남이 운전하든, 내가 운전하든 그 시간 동안에는 온갖 상상들을 다 하게 되니까.
무의식도 살짝 섞여서 외부에서 하는 그런 기준들은 다 잊어버리고 그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되잖아.
아니라고? 그럼,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놔.
그럼,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질테니까.
난 운전을 한 지 너무 오래돼서. 아마 300년 정도는 훌쩍 넘은 것 같아.
드라이브를 하면, 무의식 상태로 접신돼버려.
물론, 운전은 매우 안전하게 하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서 뇌를 3개로 쪼개어서 온갖 상상들이 우주만큼 펼쳐지거든.
요즘 내가 몰입 중인 건 글쓰기니까
당연히 내 속의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는 걸 보고 있었어.
할 이야기는 넘치도록 많아.
그래서 죽기 전에 그 이야기를 다 글로 쓸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하냐고?
글쎄,
난 말이지.
물어보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타입이라서.
INFP거든.
그리고 초대받지 않으면
누굴 만나지도 않아.
만약, 다들 단톡에 들어와 있다면 설문이라도 하겠지만
'릴리시카의 이야기 중 가장 듣고 싶은 것은?
1. 죽은 연인들의 노스페라투 연대기?
2. 리즈 시절의 흡혈파티 드레스코드?
3. 감정 흡혈 안기부 직원 엄마와 옵새시브 아빠의 정보전?
4. 철인 29호와의 회피형 연애 프로토콜 오류?
5. 릴리시카표 감정 미학 라이프 해킹?
6. 구름이 조련일기: 마법사 집사의 일기 유출?
7. 교운기 극복기: 에너지 전이의 변곡점?
8. B급 영화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흡혈귀의 뇌 속 시네마?
이렇게 설문을 올려서 가장 많이 나온 번호가 설사 1표 차이라고 해도 그걸 계속 쓰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하니까
그냥 내 맘대로 하는 수 밖에.
1번을 써볼까 하다가 그들이 다 죽은 건 아니라서.
죽는 이야길 해서 미안, 난 500살이니 알고 있는 이들은 거의 다 생존해 있진 않아.
2번은 넘 웃기고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아마도 혈맹 모임에 대한 그런 글 같은 이야기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1번부터 8번까지의 온갖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서
혼자 웃고 막 슬프고 그러다가
직장에 도착을 해버렸어.
그게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어서
나름 웃기고 재미나게 변하긴 했어.
"릴리시카의 좌측 뇌는 목적지를 향하고,
우측 뇌는 연애사를 불태우고,
가운데 뇌는 웃고 울다 도착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듣고 싶은지
한 번 물어보고는 싶었어.
물론, 안다고 해서
그 이야길 쓴다고 해도
영 다른 이야길 하게 되겠지만.
릴리시카는 건망증 있는
500살 먹은 흡혈귀 할머니니까."
"다들 궁금해 하겠지만,
나 릴리시카는…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
그리고 초대하지 않으면,
아무도 만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