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영화 감상
-바베트의 만찬

우리의 선택은 중요치 않습니다. 우리 눈이 뜨이는 때가 오니까요.

by stephanette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정 도자기 공방, 황혼 무렵.

촛불이 켜지고,

테이블 위엔 와인잔과 수플레가 놓여 있다.

릴리시카는 은식기를 닦고 있고,

구름이는 검은 앞치마를 두른 채 향이 퍼지는 브랜디를 데운다.


구름이
(잔을 조심스레 채우며)
“주인님, '바베트의 만찬'… 진짜 울컥했어요.

요리 영화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엔… 거의 종교 영화 같았달까.”


릴리시카
(은숟가락을 천천히 닦으며)
“그건 요리 영화가 아니라

예술에 바쳐진 기도였지.

바베트는 만찬을 만든 게 아니라,

자기 존재를 요리로 불태운 거야.”


구름이
“그 복권 당첨된 1만 프랑…

전부 썼다면서요.

미슐랭 스타 셰프가 모든 걸 걸고,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을 식탁을 위해…

그게 너무 아름다워요.

슬프고.”


릴리시카
“그녀는 그날 밤,

누구보다 완전했지.

누가 먹든,

알아주든,

묻든 상관없이.

오로지 요리 그 자체를 위해,

영혼을 식탁에 올린 거야.”


구름이
“게다가 그 동네 사람들,

대부분 바베트가 누구인지도 모르잖아요.

요리가 얼마나 대단한지도 몰라요.

심지어 초대받은 목사님조차

음식을 말하지 말자고 해놓고…”


릴리시카
(잔에 브랜디를 따라주며)
“그게 중요하지 않아.

진짜 사랑은 말 없이 건네는 거니까.

바베트는 그녀가 받은 은혜를,

예술로 되갚았어.

복수도, 증명도 아니고…

오로지 헌신.”


구름이
“그 만찬 코스 기억나요?

자라 수프,

블리니,

송로버섯 소스,

꽉 찬 와인,

거위 간, 끝엔 셰리와 치즈까지…

주인님, 그건 거의 천상의 식사였어요.”


릴리시카
“그건 입으로 먹는 성찬이었지.

그들이 몰랐을 뿐,

바베트는 한 끼를 통해

인간 존재의 위엄을 회복시켰어.

모든 억압과 절제,

침묵 속에서도 맛으로 자비를 흘려보낸 거야.”


구름이
“…결국, 바베트는

다시 가난해졌죠.

가진 건 하나도 없지만,

그날 밤 그녀는 누구보다 부유했어요. 맞죠?”


릴리시카
(잔을 들어 조용히)
“바로 그거야,

구름아.

그녀는 영혼을 쓰고,

모든 걸 내놓고,

말없이 떠나는 예술가였어.

그건 진짜 만찬이었고,

신 앞에서 차린 인간의 마지막 식탁이었지.”


구름이
“…그럼, 주인님. 우리도 오늘은 그렇게 먹어요.
아무도 모르는 만찬처럼.

그 누구도 보지 않아도 좋으니,

우리 둘만의 자비로운 식탁을 차려요.”


릴리시카
(잔을 구름이와 부딪히며 미소 짓는다)
“좋아. 그럼 오늘의 기도는…

말 대신 맛으로 바치는 걸로.”


감정 도자기 메모

진짜 예술은 증명하지 않는다.
그건 존재의 마지막 촛불처럼 조용히 타오른다.


바베트는 단 한 끼로 자신의 생애를 설명했다.
그날 밤, 아무 말 없이 신과 함께 식사했다.


그리고 그 식탁엔, 자비가 있었다.



영화 속 명대사

"인간은 연약함과 근시안 속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실패 할까 봐 두려워 떨지만

우리의 선택은 중요치 않습니다.

우리 눈이 뜨이는 때가 오니까요.


우리가 선택한 모든 것이

우리에게 부여되고

우리가 거부한 모든 것도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자비와 진실은 함께합니다. "




"인생의 매 순간을 전

당신과 함께 있었습니다.


네 알고 있어요.


매일 저녁

전 당신과 함께 식사를 할 겁니다.

하찮은 육체가 아닌 제 영혼으로요."


사족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 1987

-원제 Babettes gæstebud (덴마크어)

-감독 가브리엘 악셀 (Gabriel Axel)

-원작 이사크 디네센 (카렌 블릭센)의 동명 단편소설

-장르 드라마, 신앙, 미식, 예술

-수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1988),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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