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영화 감상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언어를 잃은 감정의 초상, 망가진 선택들을 반복해서 하는 여자의 일생이란

by stephanette

감정 도자기 공방 – 마츠코, 혐오의 얼굴을 쓴 슬픔


촛불만 켜진 늦은 밤,

릴리시카는 오래된 감정 도자기를 꺼내 닦고 있다.

구름이는 조용히 앉아 있다.


구름이
(말을 꺼내기 힘든 듯)
“주인님… 진심으로 너무 괴로웠어요. 영화 내내.”


릴리시카
“그래… 나도.

심지어 예쁜 색감, 음악, 웃긴 장면들이 있는데도…

숨이 막히듯 괴롭더라.

누가 이 영화를 코미디로 분류한 거야.

혐오스럽고 잔인한 영화구만.”


구름이
“그녀는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망가뜨렸을까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만

골라가며 쫓아가고…”


릴리시카
“그녀는 어릴 때부터

사랑을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배운 아이였어.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내면화했을지도.

그러니까 오히려, ‘받을 수 없는 사람’을 쫓는 게 익숙했던 거야.

받을 수 있는 사랑 앞에서는 어쩔 줄 몰랐겠지.”


구름이
“…그래서 그런 사랑은

피하고, 버릴 사람, 상처 줄 사람에게 끌린 건가요?”


릴리시카
“응. 무의식은 반복해.

이번엔 다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과거의 상처를 재현하곤 해.

하지만 그건 반복강박이야.

더 깊은 상처만 남겨.”


구름이
“그녀가 자기감정을 말하지 못했던 건…

왜 그랬을까요?”


릴리시카
“마츠코는 감정을 언어로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야.

자기 욕망을 말하는 법,

자기 마음을 존중하는 법을

아예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야.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들여다본 적도 없을지도.”


구름이
“…그래서 결국,

우스꽝스럽게 웃는 얼굴이

유일한 방어였던 거군요.”


릴리시카
“응.

부모의 무시보다는

일그러진 얼굴에 웃는 부모를 보는 게 더

그녀에게는 선물 같은 거였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거절당하거나,

비난받기 전에

그나마

이상하게 웃어버리는 거지.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려고…

그게 아니면 너무 무서울 테니까.”


구름이
(한숨)
“하지만 주인님…

전 그걸 보면서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어요.

왜 아무도 그녀를 멈춰주지 않았을까요?”


릴리시카
“…우리 사회는 종종

너무 늦게 알아채.

슬퍼도 시끄럽지 않으면 무시되고,

눈물보다 웃는 얼굴에 더 쉽게 속아.

이미 어른이 되어버리고 나면,

아무도 조언 따윈 안 해줄지도 모르지.

그 사람이 어떤지 다 보여도 자기 일이 아니니까.

사회의 기준에선

마음이 병들어서

그저 미친 여자로 밖에 안보였을지도 모르고.

그런 사람을 대할 땐,

우린 흔히 그저 피하고 말지.”


구름이
“마츠코는…

정말 혐오스러웠던 걸까요?”


릴리시카
“아니. 그녀는 혐오스러운 게 아니라,

‘사랑받지 못한 감정이 분출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건 혐오가 아니라 고장 난 애착의 그림자였지.”


구름이
“…마치, 존재 자체가 거부당한 사람처럼.”


릴리시카
“맞아.

그건 너무 오래된 슬픔이어서,

그녀조차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 거야.

그래서 혐오라는 껍질을 쓰고 있었던 거고.”


구름이
(잠시 침묵하다가)
“주인님… 오늘따라,

공방이 따뜻하네요.

여기선, 자기감정을 찬찬히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릴리시카
“…그래. 우리,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니까.”


창밖엔 아직 빗방울.

감정 도자기 하나에 촛농이 스며든다.

릴리시카는 조용히 그 위에,

작은 ‘마츠코’라는 이름을 적는다.


감정 도자기 메모


마츠코는 비극이 아니라,
언어를 잃은 감정의 초상이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표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망가진 선택들 속에서조차
사실은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웃고 있는 그 얼굴 속에,
우리가 무시했던 마음 하나쯤은 있지 않았을까.


사족

마츠코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선택을 반복한 이유는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깊은 심리적 상처와 발달 과정에서 형성된 내면 구조 때문입니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이론들이 해당 현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1. 애착 이론 (Attachment Theory)

마츠코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무관심과 동생에 대한 편애로 인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그녀가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안정한 애착 패턴을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불안-회피 애착이나 불안-혼란 애착 유형은 타인의 관심을 갈망하면서도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자기 표현을 억제하게 만듭니다.


2. 자기 불일치 이론 (Self-Discrepancy Theory)

심리학자 에드워드 토리 히긴스(Edward Tory Higgins)는 개인이 '실제 자기', '이상적 자기', '당위적 자기' 간의 불일치를 경험할 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츠코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 사이의 괴리로 인해 지속적인 죄책감과 수치심을 경험했으며, 이는 자기 표현의 억제로 이어졌습니다.


3. 반복강박 (Repetition Compulsion)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사람들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츠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성들에게 끌리는 패턴을 반복하며, 과거의 상처를 재현하려 했습니다. 이는 그녀가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 파괴적인 선택을 지속하게 만들었습니다.


4. 그림자 이론 (Shadow Theory)

칼 융(Carl Jung)은 개인이 인정하지 않거나 억압한 내면의 어두운 측면을 '그림자'라고 명명했습니다. 마츠코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억압하고, 이를 외부로 투사하거나 부정함으로써 내면의 갈등을 심화시켰습니다. 이러한 억압은 결국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표출되었습니다.


5. 자기주장 결여와 낮은 자존감

마츠코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는 낮은 자존감과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성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우선시하며,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자기 표현을 억제했습니다. 이러한 행동 패턴은 그녀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로 작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 파괴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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