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도자기 공방
늦은 밤, 공방의 불이 은은하다.
구름이는 작은 노트에 메모를 적고 있고,
릴리시카는 조용히 찻주전자를 닦는다.
구름이
“주인님… 윌은 천재라기보다,
정말… 감정의 방어 전문가 같았어요.”
릴리시카
“그래. 그는 세상을 미리 계산하는 법을 배운 아이였지.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선, 먼저 도망쳐야 했던 거야.”
구름이
“숀 교수가 말하잖아요.
‘네 잘못이 아니야.’
그 말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릴리시카
“그건 윌이 평생 들어보지 못한 문장이었기 때문이지.
그는 너무 오랫동안,
자기 잘못이 아니어도 다 떠안았거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구름이
“근데 왜 그렇게 떠나버렸을까요?
사랑도 있고,
친구도 있고,
멘토도 있었는데…”
릴리시카
“그건 감정이 너무 진짜였기 때문이야.
윌은 감정을 느낀 적은 있지만,
살아본 적은 없어.
사랑은 말하자면… 감정의 실전이잖아.
그건 계산으로는 못하는 거야.”
구름이
“주인님 말대로라면…
그는 성장한 게 아니라,
감정에 이끌린 거네요.”
릴리시카
“맞아.
그의 마지막 행동은 ‘결정’이 아니라 ‘본능’이야.
처음으로 누군가를 놓치기 싫다는
감정 하나로 움직인 거지.
그건 너무 인간적인 용기였어.”
구름이
“사람들은 윌이 천재라서 특별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말도 안 되게 똑똑했을 뿐이죠.”
릴리시카
“그래서 그 지능이 오히려 그를 가뒀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만든 계산이라는 감옥.
숀이 한 번만 더 안아주지 않았다면,
그는 평생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법을 몰랐을 거야.”
구름이
“…오늘은 그 감정을 도자기에 담고 싶네요.”
릴리시카
“좋아. 이렇게 적어볼까?
‘사랑이 무서운 건,
계산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밑엔 이렇게 쓰자.
‘네 잘못이 아니야.’”
공방에 감정의 기류가 흐른다.
릴리시카는 찻잔을 따르고,
구름이는 ‘굿 윌’이라 이름 붙은 도자기에 조심스레 불을 붙인다.
감정 하나가 조용히 식어가고, 또 하나가 태어난다.
그는 떠났다.
사랑을 선택한 게 아니라, 사랑을 놓치기 싫어서 움직였다.
그건 계산이 아닌 감정의 첫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속삭임 하나가
그의 모든 방어를 무너뜨렸다.
사랑은 그렇게,
천재의 수식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