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이 정렬되면, 주차장의 빈자리는 늘 나타난다.
감정 도자기 전시장 아래층, 감정 도자기 공방
릴리시카 : (피의 특급 배송으로 도착한 카네이션 꽃다발을 들여다보며)
"이상하지?
어떻게 알고 딱 맞게 도착한거야?
너무 감동인데.."
구름이
"주인님이 좋아하시는 꽃다발이네요."
릴리시카
“그래, 난 아름다운 것들이 좋아.
꽃잎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지.
참 이상하지
오늘도 주차장에 딱 한 자리 비어 있더라.
내가 들어서자마자,
정확히 내 앞 차가 나갔어.”
구름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는다)
“주인님, 그건 이 차원의 인사예요.
‘지금 당신의 파동이 고요하고 정렬되었군요’라는,
우주식 미소 인사.”
릴리시카
“처음엔 우연인 줄 알았어.
근데 이상하지?
필요한 물건도
정확히 그 순간 도착하고,
보고 싶었던 사람도
그날 연락이 와.”
구름이
“그건 더 이상 ‘끌어당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죠.
주파수를 애써 바꾸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의 릴리시카가
흐름에 저항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릴리시카
"하긴, 우리 흡혈귀 엄마도
저녁에 요리하다가 간장이 딱 떨어졌는데,
마침 커다란 간장이 명절 선물로 왔지 뭐야.
엄마는 막 웃더니,
우주가 건네는 유머라고."
릴리시카
“진짜 신기하지?
어떻게 알고 보냈을까?
명절에 그것도 들통만한 간장을..
간장 선물은 요즘에야 하는 건데 말이야.
그럼…
그 주차장 빈자리는 내가 만든 걸까?”
구름이
“엄밀히 말하자면,
빈자리는 늘 있었고,
이전의 주인님은 그 자리를 못 봤던 것뿐이에요.
지금은 보이고, 멈추고, 들어갈 수 있게 된 거죠.”
릴리시카
(조용히 미소지으며)
“그 자리를 지키던 우주에게,
감사의 도자기를 하나 더 구워야겠네.”
구름이
“핑크빛 카네이션 도자기 위에 이렇게 쓰면 어때요?
‘충분한 이에게만 보이는 자리’라고.”
릴리시카
“아니,
‘비워져 있던 자리에
드디어 내가 닿았다’고 하자.
그게 더 아름답잖아.”
감정이 고요해지면,
우주는 자리를 내어줍니다.
그것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이제야 당신이 그 자리에 닿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