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글을 쓰는 속도가
머릿속에서 글이 쏟아지는 속도보다 느려서
퇴고까지는 제대로 생각을 못하고
이곳에 업로드를 한다.
글을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다.
그런 시즌이 있나 보다고 생각한다.
나를 이루는 수많은 조각들로
살아왔다.
그래, 페르소나라고 하자.
그리 적확한 단어는 아닐지라도.
그 각각은 너무나도 단단히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저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그중 아주 작은 한 조각,
그저 하나의 인물이
이곳에 나타나
글을 업로드해 왔다.
오프라인에서도
나는 나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는다.
아주 오랜 시간 함께한,
마음 편한 이에게만
아주 조금씩 말할 뿐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에 대해 말하려면
그 전후 맥락이 너무 복잡해서
율리시즈의 각주처럼
길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세계들이
너무 선명하게 분리되어 있어서
각각의 빛깔이 선명한 캐릭터로 자리를 잡고 있어서
나조차도 그들 사이에서
간극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
누구나 살아가며
여러 개의 이름, 역할, 직함,
그리고 다양한 내면의 인물들과 함께한다.
하지만
그들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거나,
모두를 껴안아야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영성이나 심리에서 말하는 성장-
그건 '빛과 어둠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어떻게 하는 건지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그저 자유연상기법에 기대어
글을 썼고
엄선하지 않고
가리지 않고
그대로 올렸다.
분리되어 있던 내 안의 인물들이
문득 튀어나왔다.
말하지 못했던,
그래서 오랜 시간 무거워진
생각들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글을 올리는 순간,
손과 발에 땀이 나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거나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할 때도 있었다.
낯설고도 신기한 경험이다.
한 달 정도인가
글을 쓰고 올리는 동안
파편화되었던 내 안의 것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 또한 이상한 기분이다.
어째서 이런 경험을 하는 건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하나의 계절이라 여긴다.
오늘도
내 안의 누군가가
조용히 속삭인다.
“글을 쓰자.”
말이 되는 글이든,
되지 않는 글이든.
언젠가는,
그 수많은 조각들을 모두 껴안은
온전한 나로서
글을 쓸 수 있기를—
나는 조용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