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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 냉면

역시 냉면은 충무로

by stephanette

냉면의 기억, 제육의 온기


20년 전쯤이었을까.

충무로에서

냉면 맛집을 갔다.


사실 냉면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질기고 차가운 면이라니,

뜨끈한 국물에 진심인 나로선

좀처럼 마음이 가지 않는 조합이다.


그날은 평일 낮,

약속이 있어서

충무로 역에서 내려 좁은 골목을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낮술을 마시는 할아버지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냉면보다는

제육에 만두, 그리고 소주.

특히 마무리로 먹은 만두의 감촉이 오래 남았다.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투명한 창 너머로 흩뿌리는 빗방울.


조용한 평일 낮,

소바 육수를 홀짝이며

마시던 소주의 그 맛.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냉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맛 때문이 아니라

그날의 풍경,

그때의 공기,

그 나이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그 정취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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