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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시장 2층, 그날의
빈대떡과 닭고기 냉무침

비가 오는 날에는 제격이다

by stephanette


남대문 시장은 잘 모른다.

친구들을 따라가면 늘 시장 안이 아니라

어느 오래된 건물의 2층 골목 끝으로 향한다.


기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모르는 메뉴판 앞에서 친구가 말한다.

“여기선 닭고기 냉무침이야.”


차가운 닭고기가

매운 다대기 양념에 버무려져 나온다.

눈이 살짝 시릴 정도의 매운맛.


소주를 시킨다.

낮이어도 상관없다.


곧이어 빈대떡을 주문한다.


녹두 반죽 속에

육즙이 터지는 돼지고기 채가 숨어 있다.


파삭—

돼지 비계에 튀겨지듯 구운 부침개

한 입 베어물면 어김없이 나는 그 소리,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뜨거운 풍미.


닭고기의 매운맛은 이내 잊혀진다.


비 오는 날,

불쑥 떠오르는 그런 맛집이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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