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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마방집

여행을 출발할 때, 바로 이 집

by stephanette

여행의 출발을 알리는 곳은

바로 이곳이다.


고즈넉한 양반집

대청마루에서

보리차를 홀짝이며 기다리다 보면,


나물 반찬 가득한 한 상이 들어온다.

불 향이 나는 더덕구이와

숯불에 구운 불고기

자작한 된장찌개와

정성을 가득 들인 많은 나물들


일행이 잘 먹는 나물은 금세 비어버리고

다시 주문한다.

그 사이 비어버린

된장찌개도

밥도 추가

술은 생각도 안 난다.


먹기도 전에 이미 보는 것만으로도 가득 차는 풍요로움


시간이 어찌 되었든,

이곳에 와서

요것조것 나물들의 맛을 보고

한옥의 정취를

느끼면,


그때서야 바로 휴가의 시작이다.


아, 지역 개발로 이전을 한다는데 슬픈 일이다.


사족

마방은 말밥을 주는 곳을 의미한다.


역원취락과 관련된 곳이다.

역은 조선시대 이전, 공무원들의 교통편을 위해 말을 빌려주던 곳이다.

말을 빌리려면, 마패가 필요하다.

마패에 그려진 말의 수 만큼 빌릴 수 있었다.


원은 공무원들의 숙박시설이다.

이태원, 조치원 등의 지명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의 시작은 늘 마방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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