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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의 처세술 1

전쟁은 언제나 내 안을 먼저 다스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by stephanette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늘 타인과 싸운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 자신과 전쟁 중이었다는 걸.


‘왜 그런 말에 상처받았을까?’

‘왜 지금 아무 말도 못 했을까?’

‘왜 그렇게까지 나를 증명하려 들었을까?’


그 질문들이 내 안을 파고들 때,

나는 적이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의 허약한 군대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그동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고,

‘의연한 사람’처럼 행동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건

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외부의 평판과 기대에만 반응하던 군인이었다.


진짜 전쟁은 거기서 시작됐다.

‘내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감정이 올라올 땐 반응하지 않고 관찰하는 훈련.

모욕 앞에서 되묻는 훈련.

‘지금 이 말은 나를 흔들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거리두기.


그건 자존감이 아니라, 전략이었다.


내가 감정에 휘둘릴 때,

상대는 내 리듬을 가져가고

나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된다.


예측 가능한 사람은,

가장 먼저 무너지는 병사다.


그래서 나는 나를 예측할 수 없는 사람으로 훈련했다.

침묵하는 법을 배웠고,

딱 한 박자 늦게 웃는 법을 익혔고,

눈앞의 말보다 상황 전체를 보는 시야를 키웠다.


이제는 알겠다.

“그때 왜 그렇게 화났어?”라는 질문엔

“화가 난 게 아니라, 상황을 보고 있었던 거야.”라고 대답할 수 있다.


감정을 버린 게 아니다.

그건 무기로 갈아 끼운 것뿐이다.


진짜 전쟁은,

조용히 시작되고

내 안에서 먼저 끝난다.


그리고 그렇게 한 싸움씩 끝낼 때마다

나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고,

더 잘 견디는 사람이 되어간다.


지금은 화르르 불탈 때가 아니다.

차갑게 식을 때이다.

특히 전쟁을 앞두고 있다면.



사족

진짜 전쟁은 바깥이 아니라 내 안에서 먼저 시작된다.


1. 유연성의 확보 - 감정과 충동을 통제하라

2. 거리두기 - 장기적 관점에서 거시적 관점에서 해석하기

3. 전투 모드 장착 - 삶을 전략처럼 살아라.

4. 자기 훈련 - 반복, 강철의 의지로 자신을 무장하라.


스스로를 장악하지 못하면, 누구에게도 이길 수 없다.


스스로에게 상황에 대해 처절하게 해석하는 것과 별개로,

별 것 아니라고 말하라. 충분히 이길 힘이 있다고.

왜냐하면,

자신의 감정을 털어버려야 시작되는 싸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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