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오렌지의 껍질도 다 까지 못했다.
해야할 말이 있는데
써야할 글이 있는데
그걸 하기 싫어서
처세술을 쓰고 있다.
나의 방을 들여다보고 하나하나 묘사하면서
딴 청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800개가 넘는 글을 썼다.
나를 하나의 오렌지라고 한다면,
그 껍질의 표면에 묻은 하얀 가루 정도를 쓴 것 같다.
보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걸음 더 아래
그 보다 더 한걸음 아래
알고는 있지만
못하겠다.
용감한데
왜 못하나 싶긴 하다.
잘 모르겠다.
잘 모르는 것을 글로 쓰는 건 고역이다.
어쩌다보니
그 심층에 있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난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해결되지 못한 것들이 현실화 되나보다.
교운기 이전에 있던
마지막 인연에 대해서 선명하게 인식했다.
과거의 나였다면 매우 아팠겠지만,
지금은 덤덤하다. 그렇구나 라고 생각한다.
교운기의 한참일 때 끊어진 인연에 대해서는
매우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뭔가 달라지기는 했나보다 싶다.
그 인연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별을 고하지는 않았다.
그 전과 별 다를 게 없다.
다만, 나는 나로 살아가기로 했다.
슬프지만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