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전문가인가? 씨앗을 심는 삶에 대하여
내 본업은 농부이다.
씨앗이 가진 가능성을 매우 냉정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
물론, 은유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보면 안다.
잘 될 사람은 태도가 다르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성장의 태도를 길러주기 위해서 고군분투 중이다.
흡혈귀의 처세술을 쓰다 말고 문득,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대입 면접이었다.
10%였나. 그 땐 면접 비중이 꽤 컸다.
나는 말을 잘했다.
지금도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글은 잘 못쓴다.
왜 그런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면접을 보러 간 날,
나는 화려한 대리석 건물을 보며
'아, 내가 다닐 학교가 이렇게 멋진 곳이구나'하고 두리번거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건물은 교수님들 연구동이었다.
내가 다니게 된 전공 건물은
낡고 삐걱거리는,
바스러질 것만 같은 곳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나는 그런 구석을 좋아하니까.
삶은 원래 그런 구석에서 꽃이 피니까.
면접장에 들어가니, 교수님 세 분이 앉아 계셨다.
그리고 통을 하나 내밀었다.
산가지처럼 생긴 막대모양의 종이가 들어 있었다.
하나를 뽑았다.
"당신의 전공은 전문가인가"
순간,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어려운 게 아니라,
나에게는 너무 깊은 질문이었다.
그래서 그 질문은
평생을 내 마음에 품고 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걸어왔다.
교수님은 다른 질문을 뽑아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뽑았다.
"경복궁 복원 사업에 대해 설명하시오."
이건 나를 위한 질문이었다.
한시간도 넘게 말할 수 있었다.
교수님들도 웃었다.
그 다음 질문은 교수님들의 즉석 발문으로 이어졌다.
"이 학교를 왜 지원했느냐."
나는 대답했다.
"여대는 여성의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생회장이 되어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라며 포부를 밝혔다.
입학하고 나서 학생회장을 했냐고? 그건 못해봤다.
말한 대로 살면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만 알고 있다.
어쨌든, 나는 합격했다.
그리고 지금도 생각한다.
나는
그날, 그 처음의 질문,
"당신은 전문가인가?"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살아왔다고.
그 질문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최선에 최선을 다하며
그래서 지금도 내 업에 대해 만족한다.
지금은 최선에 최선을 다하는 건 살짝 놓고 있지만,
나는 안다.
이 모든 것은
다시 그 길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그건 내가 선택한 삶이고,
내가 스스로에게 건넨 대답이기도 하니까.
그저 씨앗을 길러내는 일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처세는 언제나 필요하다.
모든 것은 다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