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시리즈를 보다
남의 대학을 자주 갔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나는 매우 연약한 내향형이다.
친구들은 날 대문자 E라고 했다.
수원에 있던 친구네 대학에 자주 놀러갔다.
친구는 늘 뭔가 랩실에서 실험을 한다고 해서
상주하고 있었다.
놀러가면
학교 앞에서 제육덮밥을 사준다.
난 백반을 좋아한다.
그 포만감이 좋다.
티비에선 핑클이 나오던 때이다.
친구는 핑클이 나오면 티비 안으로 들어가서
사라져버렸다.
군대에 있을 때에도
광팬이었다고 그랬다.
하긴, 내가 봐도 빠져들만 했다.
제육덮밥이 아니면,
한솥 도시락의 도련님 도시락을 사서
야외 테이블에서 나눠 먹었다.
가끔은 동아리 방에도 데려갔다.
거긴 환상적인 곳이다.
에반게리온 부터
구하기 어려운 애니메이션의 시리즈별로
벽에 좌르륵~!
비디오플레이어가 일체형인 티비가 있었다.
그걸 보고 있는 동안
동아리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방문록에 뭔가 쓰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신나게 에바를 봤었다.
가끔은 그 대학 앞에 있는 카페를 갔다.
원목의 흔들의자들이 놓여있고
원색의 알록달록한 얇은 패브릭 방석
하얀 벽에는 학생들의 낙서가 가득했다.
커피는 까맣고 맛이 없었다.
테이블마다 유선 전화기가 있었다.
혹은 사구를 치러 당구장을 갔다.
당구를 좋아한다.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일이 끝나면 신부님을 모시고 당구장을 하던 다른 교사네 가게에 가서 놀았다.
포켓볼 보다는 사구가 더 재미나다.
쓰리쿠션을 좋아한다.
친구가 그의 친구들과 짜장면 내기를 하고 당구를 치고 있으면
가서 같이 친다.
150정도 쳤던 것 같다.
적당히 맞춰줄 정도.
온갖 일본 용어들을 이야기 하며,
각도를 봐준다
아니다 그러면서
당구 치던 생각이 난다.
역시 그때부터 남자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