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성애자의 책상 6

내가 죽으면 이 책상과 같이 묻어줘.

by stephanette

책상성애자인 나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 흔들리지 않을 것, 넓은 상판, 다리가 편할 것, 좋은 촉감

그 네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테이블을 만났다.

전시된 식탁을 보자마자 바로 결제했다.

상당한 고가였고, 가구점 직원이 당황했다.

하지만 나는 오래 기다려왔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인연이 닿으면 바로 알아볼 수 있다.


나는 이 식탁을 만나고

나의 유언을 정했다.


"내가 죽으면, 이 테이블과 같이 묻어줘."

가끔 가족들은 이 이야기를 유머처럼 말한다.


나는 매우 진지하다.

크기가 내 키를 넘기기 때문에

사이즈도 딱이다.


형태와 재질

거대한 'ㅁ'자 위에 상판이 놓여있다.

대리석과 비슷한 천연석이다.

태어난 곳은 이태리

뭔가 엄청나게 귀족적인 느낌이다.


천연석의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검색해볼 방법도 없다.

식탁에게 미안하다.

같이 묻어달라고 할 정도로 좋아하면서도 제대로 기억을 못하다니.

사람은 그런 존재이다. 모순적인.


ㅁ자의 다리는 역사다리꼴이다.

그 각 변은 엄청난 두께의 면으로 되어 있다.

밀어도 절대 밀리지 않는 무게감을 갖고 있다.

사람이라면 일생을 의탁하고 싶을 정도이다.


다리는 가운데 공간이 비어 있다.

식탁 네 모서리에 거추장스러운 다리가 없어서 편리하다.

충분히 다리를 뻗어도 걸리지 않는 테이블을 좋아한다.

존재감이 넘쳐나는데도 나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상판의 측면은 대충 깨트려서 만든 울퉁불퉁한 모양을 그대로 살렸다.

돌이 가진 본연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완벽주의자인데 알고 보니

털털하고 솔직한 그런 매력을 가졌다.


질감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면,

따뜻하다.


따뜻하고 친절한 식탁이다.

환대 - 사람도 이런 사람이 좋다.


그렇게 밖에는 다른 표현을 못하겠다.

보통의 천연석이 유광임에도

이 식탁은 무광스러운 촉감이다.

그 이질성에서 느껴지는 '독특함'이 있다.


실용성

대리석 식탁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

김칫국물을 흘리면 안되는 식탁이라니


'티크(Teak wood)'로 제작한 가구를 매우 애정한다.

그러나 구입은 안한다.

티크 테이블은 주기적으로 오일을 덧바르거나 샌딩을 해야한다.

컵의 물자국들을 계속 관리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나는 물건을 험하게 쓴다.

명품백도 바닥에 대충 내려놓는 일이 다반사

사용하기 불편한 점이 있으면 바로 퇴출시킨다.


이 식탁은 대리석처럼 보이지만

뜨거운 것을 그냥 놓아도,

잉크를 쏟아도,

물티슈로 잘 닦인다.


단점

이 식탁은 거실 한 가운데 놓여 있다.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럽다.

딱 한가지만 제외하면.

10시간이 넘어가면,

팔이 시리다.

밤샘 작업을 하기에 적당치 않다.

여름에도 노트북 작업을 하다보면 팔이 시리다 못해 아프다.


테이블보를 깔아보기도 했으나,

그럼 매력적인 상판이 가려진다.


한여름에도 두꺼운 팔토시가 필요하다.

생각해보니,

털로 만든 팔토시를 사야겠다.

그럼, 이 멋진 식탁에서 종일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들이 거의 대부분의 일상을

이 식탁에서 하니 아깝지는 않지만.


나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식탁을 어렵게 만나놓고서는

단 하나의 단점 때문에

책상으로 쓰지 않는다.


이상형과 결혼했는데 막상

같이 살기 어려운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한 느낌이다.

그래도 나의 유언은 변함없다.

이것이

멋진 그에 대한 나의

마지막 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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