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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Dec 09. 2020

001. 26살, 취업과 의미 없는 기도

결혼을 고민하는 너에게.. 결혼 전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

내가 타인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느낌이었다 

26살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 조금 늦은 나이에 취업에 ‘성공’했다.

대부분의 여자인 친구들은 총 4.3점 만점에 가까운 학점으로 4년에서 5년 만에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하지만 나는 3.5점을 겨우 맞추어서 졸업을 했고, 주변 친구들과는 다르게 졸업 후 6개월이 지나서야 첫 직장을 갖게 되었다.

대학 내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대외 활동은 물론 대내 활동도 누구 못지않게 다양하게 했던 것 같은데, 나의 취업은 나의 주변 친구들에 비해서 늦어졌다.

취업 준비를 하는 그 시간 동안 나의 자존감은 조금씩 무너졌던 것 같다.

남들보다 느리다는 것, 꼭 해야 하는 취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

그것들은 나에게 무언가 꼭 해야 하는 것들을 내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나는 그 시기 내가 타인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나 자신을 괴롭혔던 수많은 스펙과 조건들...
그 시간 동안 나는 나 스스로를 많이 괴롭혔던 것 같다

왜 학점을 더 높게 관리하지 못했을까? 왜 남들처럼 좀 더 취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교환학생을 다녀오지 않았지? 왜 나는 해외여행을 다니지 않았을까?

어학연수는? 인턴은 왜 더? 토익 점수는 왜 더? 왜 나는? 왜 나는?


그 시기 나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많이 먹는 나였는데, 그 시기의 나는 밥 한 공기를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밥을 먹지 않아도 그냥 배가 불렀다. 금융기관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고, 대학 때 열심히 했던 아르바이트 덕분에 경제적인 부분은 여유로웠다.

그런데 밥을 몇 술 뜨고 나면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살이 쑥쑥 빠져서 참 좋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취업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했으나 내면에서는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등등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6개월 뒤에 취업에 성공했고, 이 시기의 스트레스는 금방 잊혔지만,

나에게 이 시기가 꽤나 의미 있었던 시기였음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인생의 과업 시기와 속도, 그리고 과업 수행 여부 등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이다.





26살, 취업을 하면서 나는 이런 기도를 했다.

“하느님, 10년 뒤 제가 가족, 직업 등 제가 가진 것들을 놓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제가 가진 것들을 놓지 못해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고 36살, 난 이 기도가 얼마나 의미 없는 기도였는지 알게 되었다. 

36살의 난, 아주 자유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나의 것을 놓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나의 커리어를 위해서 어디든 떠나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가 있어서 아이와 헤어져 이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26살은 36살이 되었다.


지금의 난 아이는 물론, 남편도 없다. 내가 놓고 떠날 가족이라고는 나의 원가족인 엄마, 아빠, 동생뿐이다.


36살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언제든지 어떤 것에든 도전할 수 있다.

내가 포기해야 할 것, 놓아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마음만 먹으면 된다.


카드, 신분증, 약간의 짐과 현금만 있으면 나는 이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걱정할 나의 남편도 나의 자녀도 없는 36살이다. 



Q of Outro

왜 26살의 나는 36살의 내가 당연히 가족이 있고, 

아이가 있고, 직업적으로 너무 안정적이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이 모든 것들을 놓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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