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고민하는 너에게_결혼 전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최근 B와의 이별을 겪은 후 부모님과 나는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혼자 사는 딸이 이별 후 혼자서 너무 많이 힘들어 하지는 않을까 많이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덕분에 평소에는 피곤하다며 시내에 잘 나오지 않으시던 엄마와 번화가인
나의 집 근처에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기회가 많아졌다.
결혼과 동거,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미혼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기혼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여성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
그리고 그냥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등등을 엄마와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엄마와 함께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과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 동안 부모님을 존경한다는 말을 빈 말로 했던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더 가슴깊이 존경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태어나 보니 부모님이어서, 나에게는 언제나 특별한 어른보다는 그저 엄마일 뿐이었는데,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서 만난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진정한 어른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네가 아이는 낳았으면 좋겠다
그날도 엄마와 저녁을 먹고 엄마를 지하철역까지 바래다 드리는 길이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이런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크게 결혼 생각이 없고,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굳이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나를
천천히 이해하기 시작한 엄마가 갑자기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래도 엄마는 네가 아이는 낳았으면 좋겠다.”
“엄마!!”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다는 이야기는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나눈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때에는 연애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연애를 하기 시작한 대학생 때에도 연애를 하며 만나는 상대들이
배우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연애를 하면서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점점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매우 예민한 성격이고,
나의 배우자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돈이 많아야 하고,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좋은 직장을 가져야 하고와 같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나의 감정 상태를 모두 받아줘야 하고,
내가 싫다고 해도 끊임없이 나를 달래 주기를 바랐고,
나는 내 멋대로 살지만, 상대는 나에게 헌신해주기를 바랐다.
세상에 이런 파트너가 어디에 있겠는가.
세상에 이런 조건의 파트너가 없다는 것도 분명했고,
그런 파트너를 바라는 나 자신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나는 내 인생은 정말 운이 좋아서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는
절대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을 하고 누군가를 더 잘 배려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당시에 나는 나 자신에게서 그런 성장의 가능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키우고 싶었다
출산과 양육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것이 결혼보다 더 성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에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은 내 인생에 충돌되는 부분이 많겠지만,
아이는 나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때마다 엄마에게
‘난 결혼 안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애만 가져서 애랑 나랑 둘이 살 거야.’
라고 이야기했었다.
처음에 엄마는 ‘엄마도 예전에 그런 생각했었어.’ 라고 이야기했으나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나이에도 그 이야기가 반복되자 엄마는
‘한번만 더 그 이야기하면 호적에서 팔 거야.’라는 진부한 꾸중을 하셨다.
그 이후 배우자를 만나 함께 사는 것 못지 않게 출산과 양육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배우자 없이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에 있어
내 아이가 느끼고 감당해야 할 다양한 경험들을 고려하니
내 마음대로 출산과 양육을 결정하는 것이 내 아이에게는 폭력적인 선택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배우자없이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꿈을 깨끗하게 포기했다.
물론 결혼이라는 것을 하지 않거나 가정을 만들기 전에 아이가 생겼다고 한다면 출산을 할 생각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늘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한동안 잊고 있던 그 이야기를 불쑥 꺼낸 것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엄마의 생각이 바뀐 이유가 궁금했다.
“내가 그렇게 결혼 안하고 애만 낳고 애랑만 살 거라고 이야기할 때에는
그렇게 싫어하고, 화 내더니, 갑자기 왜??”
“그냥, 그래도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을 네가 느껴보면 좋겠어.
네가 행복하다면 아이를 잘 키울 것 같고, 아이도 건강하게 클 수 있을 것 같고.”
엄마도 나의 이별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신 모양이었다.
결혼, 출산, 육아로부터 오는 여성으로서의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서
완벽하게 부정을 할 수 없는 엄마.
그렇지만, 당신의 딸이 그로부터 오는 행복을 놓치는 것이 안타까우셨던 모양이다.
사실 엄마와 아빠를 보면 결혼과 그로 인한 어려움도 있지만, 분명 행복함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마는 그 두가지를 모두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딸의 의견을 부정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꽤 오랜 고민의 시간 끝에 엄마도 모르게 툭! 하고 나온 이야기였을 것이다.
엄마의 걱정과 고민이 나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나의 결심, 그리고 출산과 육아를 조심스럽게 하겠다는 나의 결심은
아마도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어떤 선택으로부터 파생되는 장점과 단점을 알면서도
그 장점은 취하고 싶고, 단점은 극복할 생각조차 못할 정도인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장점마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택하지 않는 것일 것이다.
언젠가 장점이 단점보다 크게 다가올 때, 아니면,
단점에 대해서 극복할 자신감이나 용기가 생겼을 때가 된다면
결혼이건, 출산이건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아직은 임신과 출산을 할 생각이 없다
나의 입장에서 출산은 선택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선택이 아니기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생 후 살아갈 삶은 온전히 아이의 몫이겠지만,
그것을 내가 미리 걱정하는 것도 오지랖이고 교만이겠지만,
아직 나는 준비되지 않았다.
결혼에 대해서도 가정을 만들고 싶은 것이지
여전히 반드시 결혼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하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분간은 나의 입장을 지킬 생각이다.
Q of OUTRO
결혼에 딸려오는 인생의 과업들이 참 많다.
결혼도 과업이고,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도 과업이고,
대체 어디까지 인생의 과업으로 인정해야 할까?
그리고 이 과업들로 내가 포기해야 할 것들과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 과업들이 나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그것들은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까지 이겨낼 결심을 해야할까?
이겨낼 수는 있을까?
과업으로 부터 오는 즐거움들을 나는 충분히 즐길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자체가 문제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