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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Apr 28. 2021

016.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결혼을 고민하는 너에게_결혼 전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

석사 과정에서의 대학원 생활은 참 즐거웠다

물론 힘들어했던 은행을 그만두고 직장 생활로부터 해방이 되었기 때문이었겠지만,

사회에서의 성공여부나 일에 따른 이해득실의 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매우 순수했다.

순수하게 자신의 관심사와 연구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더 좋은 연구를 위해 학문적인 토론을 했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정말 답답하고 재미없다고 느낄법한 생활이었지만,

오랜만에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관심사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서 당시의 나는 많은 위로와 치유를 받았었다.


우리 대학원에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었다

석사건 박사건 학위 과정 중에는 남자친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설사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에서 입학을 했다면 졸업 전에 이별을 한다는 징크스였다.

여대는 아니지만 전공 특성상 여자들이 많은 대학원이었고,

이 징크스는 남학우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여학우들에게만 적용이 되었다.

당시 나는 J와 여러 번 이별의 고비를 극복하면서 관계가 공고해져 있던 상황이라

나는 그 징크스에 코웃음을 쳤다.

물론, 실제로 이별의 아픔을 겪었던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코웃음을 치지는 못했지만,

내 안에는 J와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그리고 그 징크스는 나에게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결국에는 석사 논문 마무리를 앞두고 J와 이별했다.


연애를 하지 못하니 결혼을 하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대학원에는 학부 졸업 후 바로 입학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사회 생활을 하다가 입학한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사회에서 말하는 결혼 적령기인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회 생활을 했다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결혼에 대한 압박을 꽤나 심하게 받았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연애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학원생이면 직장인에 비해 시간적인 측면에서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학원생들은 공부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직장인들에 비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기는 하지만,

직장인들과 달리 24시간 업무 모드이다.


퇴근이 없다.

수업을 위해 매주 과제도 해야하고,

교수님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도 준비해야 하고,

조교를 담당하게 되면 관련 업무도 해야한다.

때에 따라 프로젝트를 여러 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논문도 써야 한다.

그러면 사실 일주일이 빠듯하다.

주말에도 밤을 새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원생은 공부에 집중을 하다 보니 학회와 같은 공식 외부 일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정말 편안한 차림으로 출퇴근을 한다.

자기 자신을 꾸미는 일에도 서툴어진다.

게다가 대학원생의 작업은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논문을 쓰는 것이다 보니

칭찬을 받을 일보다는 지적을 받을 일이 많다.

논문을 쓰면, 잘한 점을 찾아내기 보다는 부족한 점을 찾아내면서

더 탄탄한 논리의 논문을 완성 해 가기 때문이다.

대학원생은 자존감을 발전시키기가 참 어렵다.


시간 부족, 편안한 옷차림, 그리고 자기방어적 태도는 대학원생들의 일상이고,

그러다 보면 연애와는 점점 멀어진다.

있던 남자 친구와도 이별한다는 대학원의 연애 불가능 징크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물론, 시간, 자기 꾸미기, 자기방어적 태도라는 요인과 연애의 성패 여부에 대해서

논리적이고 통계적인 연구를 해보지 않아서 이들 간의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냥 추측일 뿐이다.

그래서 매년 신년회에서는 교수님들이 우리에게 연애와 결혼 장려 메시지를 남기실 정도로

연애와 결혼은 우리 대학원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물론 대학원생들도 연애와 결혼 외의 고민들도 많다

특히 대학원생들은 향후 삶에서의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친구들은 학부를 졸업하고 직업이 결정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시작한다.

대학원생은 공부를 직업으로 삼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경제활동을 하지는 못한다.

수입은 거의 없다 싶고, 소비 수준은 그대로이다.

학부에서 바로 석사 과정으로 넘어온 친구들은 경제 활동의 시작을 지연시키는 것이고,

사회 생활을 하다가 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친구들은 경제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쓴다고 해서 그 이후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 주체로써 대학원생들의 자존감도 그다지 높지는 못하다.

미래의 주체적인 삶에 대한 대학원들의 심리는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

수업을 듣고 논문을 준비하는 때에는 정신이 없어서 그 생각도 못하다가

논문이 마무리되어갈 때 즈음에는 많은 과정생들이 꽤나 힘들어 한다.  

교수님들도 이러한 우리들의 고민과 불안감을 모르실 리 없다.

교수님들은 우리의 학문적 지지자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정서도 관리해 주는 삶의 지지자이기도 하다.

- 언론에 나오는 문제가 있는 교수님들은 아직 내 삶에서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다행인 것이겠지.-

교수님들은 과정생들이 힘들어 할 때 때로는 선배같이

때로는 엄마같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모질게 말씀해주시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부딪히고 기대면서 하나의 논문이 탄생하고, 석사와 박사가 탄생한다.


참 모질지만 동시에 소중한 시간이다


인생의 중요한 두가지 질문_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나의 지도교수님도 나의 학문과 멘탈을 함께 돌봐주셨는데,

교수님이 우리에게 했던 말씀은 지금도 계속해서 나의 마음에 남아있다.

심지어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강의할 일이 생기면 교수님의 말씀을 꼭 전하고 온다.


너희들이 불안해 하는 건 알아. 그렇지만 모든 것을 다 고민할 필요는 없어.

지금 논문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몰라.

물론 지금 너에게는 논문이 중요하다만…

결국에 우리는 우리 삶에서 우리가 결정해야 할 진짜

 중요한 두가지를 찾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것 아니겠니?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이것은 비단 대학원생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은 정말 이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도 같다.

하나의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자본주의 하에서는 경제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이는 먹고 사는 문제와 연계되어 있다.


더불어 무엇을 하면 먹고 살 것인가에서 ‘무엇’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나의 삶의 방향성이나 가치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저 경제 생활만을 위하여 직업을 정할 것인지,

아니면 남들보다 좀 적은 규모의 경제 생활을 하더라도

나에게 혹은 사회에 가치가 있는 것을 선택해서 먹고 살 것인지 등등이 관련된 문제이다.

그러니 이만큼 중요한 문제가 없다.


더불어 한 명의 삶의 주체가 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원가족과 계속해서 살 것인지, 혼자서 사 것인지,

결혼을 할 것인지, 동거를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삶의 방식에서 ‘누구’와 함께 사는가에 대한 문제도 꽤나 중요한 문제이다.


나는 오랜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거쳐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 에 대하여

정답은 아니지만 지금 내 시기에 나에게 ‘적당한 대답’을 찾은 것 같다.


확신은 할 수 없다

상황이 변하게 되면, 다시 타협을 할 수도 있을 테니 확신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나는 아직도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나 혼자만의 고민으로 답을 찾을 수 없다.

혼자 살 것을 결정하지 않는 한, 반드시 상대의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Q of OUTRO

당신은 이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는가?

둘 중 하나의 질문에만 답을 할 수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이 두가지 질문 모두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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