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고민하는 너에게_결혼 전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
이별의 충격은 꽤나 컸다
네가 보기에는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나는 남들처럼 결혼하고 아이낳고 살고 싶어.
라는 B의 이별의 이유는 사실 나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평범해보여서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나의 삶의 가치를 위협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해답이 없었기 때문에 결혼을 망설였을 뿐이었다.
사랑을 경험하고 가족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내가 그저 다른 사람들과 형태와 속도가 다를 뿐 감정의 경험에 있어서
나의 이러한 과정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평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정도의 차이로 평범함과 특별함을 구분한다면 그와 나의 기준은 달랐을 수 있겠지.
매번 특별하기를 꿈꿔왔던 내가 특별하지 않음을 깨닫고
나의 평범함을 겨우 인정하고 그로 인해 행복해지기 시작한 그 시기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혼란스러웠다. 난 대체 평범한 것일까, 아니면 평범하지 않은 것 일까.
어떤 부분은 평범할 것이고, 어떤 부분은 평범하지 않곘지.
하지만 이러한 사랑의 과정 역시 난 평범하지 않은 것 일까.
누구도 답을 내려줄 수는 없었지만, 연애에 있어서 이전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지가 궁금했다.
궁금했다기보다는 결국 또 이별이라는 것이 나에게 참기 힘든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이 아닌 무엇인가 새로운 방식으로 위로를 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궁금했다.
내가 결혼을 꿈꾸었던 사람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할까.
몇일을 고민했다.
J에게 연락을 할까 말까.
너무 오래 전에 헤어진 그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좋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J는 나의 이러한 질문에 대답해 주기에 가장 적절한 인물이었다.
그는 나와 연인관계를 가장 오래 지속하며 결혼 이야기를 나눈 사람으로써
연애의 대상이자 결혼의 대상으로써 이해랑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J는 해외에서 교수를 하고 있었기에 대화는 메신저였고, 잘 지내는가에 대한 안부 인사로 시작되었다.
이별 이후 내가 먼저 J에게 연락한 일은 없었기에 J도 뜻밖 이었을 것이다.
단순한 안부인사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아마도 J도 눈치를 챘으리라.
그날의 J와의 대화는 기대 이상으로 굉장한 위로를 주었다.
한참 안부인사를 전하고 서로의 일상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다가 결국 본론을 꺼냈다.
“J야, 내가 그렇게 평범하지 않았니?”
J의 기억은 기억이 아니라 추억이어서 나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왜곡되어 있었다.
-원래 추억은 좋은 것만 남는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나는 여자친구로써 평범했고, 한 인간으로써 특별했다고 했다.
늘 무언가를 꿈꾸고, 도전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따뜻했고,
그래서 당시에는 몰랐지만 배울 것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인간으로써는 평범하지 않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왜 과거에 그런 태도를 보이고,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문득 문득 깨달을 때가 있었다고 했다.
내가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른스러웠었다며, 지금의 자신이었다면,
그때의 나를 믿고 따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과거의 이야기였음에도 과거의 존재인 그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자 꽤 큰 위로로 다가왔다.
그는 왜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 되물었다.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별을 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결혼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내가 잘못된 것인지를 물었다.
내가 정말 평범하지 않은 것인지를 물었고, 과거의 너는 왜 나와 결혼을 할 생각을 했었는지를 물었다.
J는 이렇게 답했다
전형적인 한국 남자들에게는 그럴 것 같아.
틀에 박혀있는 사람들에게는.. 안정을 원하고, 본인들이 바라는 여자상이 있고..
그건.. 너로 하여금 본인의 안정에 기여하라는 거지.
너에게 의미있는 안정이 아니고.. 그러니 미련 가질 필요없어.
문득 J가 어른이 되었구나 싶었다.
자신 역시 예전에는 자신의 안정에 내가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너에게 의미있는 안정이 아니라면 미련 가질 필요가 없다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정작 자신은 그런 시절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면서 나에게 단호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그 동안 여러가지 일을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
그렇게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시절 J도 나도 어렸고,
결혼이라는 경험이 J를 꽤나 성장하게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그에 대한 J의 답 역시 현답이었다.
그냥 아무 생각 말고, 마음 가는 사람 만나.
너의 마음이 다 알아서 판단할 거라 믿는다.
더 이상 만날 일도 없고, 그 어떤 감정도 남지 않은 과거의 인연 J.
J에게 연락했던 단 한가지 이유는 J만큼 나를 여자로써 잘 알 고 있는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과거의 연인으로부터 나의 마음이 잘 판단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자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너무 어린 시절 만나 서로는 물론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 시기에 사랑하고 헤어졌고,
그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나의 모습을 바탕으로 전적으로 나를 신뢰하는 발언을 해줬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다시 찬찬히 일상으로 돌아오며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J와 J의 가족의 안녕을 바랐고, J는 내가 이별의 아픔을 잘 수습하기를 바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현재의 나는 여전히 어린 사람일 것이다
J가 추억 속의 나를 소환했기 때문에 나에 대한 생각이 좋은 방향으로 왜곡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잘 알았던 사람이 나의 마음과 기준에 대하여
지지하고 신뢰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큰 위로였다.
모두가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가 다를 것이다.
안정감에 대한 기준과 안정감이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도 다를 것이다.
B와 J와 나의 안정감은 서로 달랐던 것이다.
그들의 안정감을 이해하고 맞추어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J의 말처럼 나에게 의미있는 안정감에 대해서도
나의 파트너 역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그것이 맞지 않으면 이별하는 것이 맞다.
서로에게 강요하는 것은 큰 폭력일 수 있다.
그 기준이 확고해서 양보할 수 없다면 이별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고 싶다면,
해결책을 함께 논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바랐던 것은 아마도 해결책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나의 생각과 해결 방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으니 완전한 해결책은 없더라도
문제 발생 시 대처 방법에 대하여 서로 간의 합의된 표준 정도는 가지고 있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B는 그런 표준을 정할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평범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니 당연히 그런 표준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을 것이고, 노력할 생각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누군가와 교제를 하고, 정말 사랑하고, 결혼까지도 생각할 수 있게 될 때,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 후 결혼하고 싶다.
결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방어하는 것보다는
인정하고, 그 때 우리가 어떻게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그리고 그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결혼을 하고 싶다고 결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결혼을 하고 싶다.
Q of OUTRO
앞으로 나는 결혼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