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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Feb 19. 2021

029. 추억의 장소, 음악,  그리고 그 사람

연애, 관계 맺기를 고민하는 너에게

어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추억의 장소를 피하려면 저는 한국을 떠야 해요'라고 이야기했었다.

연애를 많이 해서 추억의 장소가 많다는 건 아니었다.

그냥 말도 안 되게 일반적인 장소들이 나에게는 그 사람을 (심지어 적당히 만나고 만 사람들까지도) 생각나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돌아다녔다는 거겠지.. 생각해보니 열심히 놀았네..)


맑은 날의 남산, 이제는 사라져 버린 대학로의 횟집,

청계천 영풍문고 앞, 광화문 카페,

해운대 조개구이집, 여의도 기업은행 가는 길..

뭐 이런 곳이다.


특별하게 그 장소에서 무언가를 했던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에 기억에 남는 장소는 딱히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남산은 걸었고, 횟집에서는 회를 먹었다.

영풍문고 앞에서는 그냥 잠시 앉아있었고,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셨고... 이런 식이다.

심지어 둘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여러 명이 함께 있었던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냥 그 장소는 그 사람의 이미지처럼 그냥 나에게 박혀있다.

그래서 그곳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면 혹은 그곳을 방문하게 되면 한 번씩은 생각이 난다.

그 사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어느 장소에 나의 추억이 박혀있는 것 마냥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음악을 듣다 보니 음악도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음악을 들을 때 한번 듣기 시작하면 질릴 때까지 앨범 전체를 반복해서 듣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그 앨범 중 하나의 음악만 들어도 그때 만났던 사람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 사람이 불렀던 노래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서 그 노래는 그 사람 노래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내가 그 시기에 들었던 노래와 그 사람이 연결되곤 한다.

가사도 멜로디도 상관없이 말이지..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은 건지.. 아니면 모두 이런 건지..


그래도 가끔은 좋다. 음악으로 장소로 날씨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는 누군가에게 음악이거나 장소이거나 날씨이거나 색깔로 기억될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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