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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민 큐레이터 Aug 17. 2021

진보라고 부르는 강풍 속 과거의 나를 만나기

전시 리뷰 #Curator_Stephanie

발터 벤야민은 역사의 천사 그림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
천사의 얼굴은 과거를 향해 있다. 그는 파국만을 본다. 그 파국은 쉬지 않고 폐허 위에 폐허를 쌓고 그것을 그의 코앞에 들이댄다. 낙원에서 불어오는 강풍의 기세가 워낙 강해서, 천사는 이제 날개를 접을 수도 없다. 강풍은 천사를, 그가 등지고 있는 미래 쪽으로 막무가내로 데려간다. 그의 눈앞에 있는 산더미 같은 폐허는 하늘에 닿을 만큼 높아진다. 우리가 진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강풍이다."

- Walter Benjamin 


이것이 우리가 이해하는 이미지 변증법이다. 파울 클레의 그림과 발터 벤야민이 밝히고자 했던 역사의 잿더미 속 진실이었다. 

용기가 필요했던 전시였어요. #DNA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는 내게 말했다. (계속 용기내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Eibja4T_rJ8



덕수궁 미술관의 4개의 전시관은 가로, 세로, 높이 9미터인, 큐브이다. 그 방은 또 여럿의 삼각형으로 쪼개져있다. 따라서 유물/작품을 가운데 두고, 집게처럼 벌어진 형태로 벽이 쳐져있다. 이 벽은 반사가 심해 관람객 자신이 유리에 비친다. 즉 역사의 한 파편과 나를 같이 보는 것이다.


올해 완성한 박사 실기의 내 작품 또한 제목이 "fragments" 이듯, 결국 나는 운명적으로 역사의 파편, 가야 토우랑 마주친다. 전수찬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 하신 마지막 인터뷰에서 내게 가야의 토우가 어떻게 베니스비엔날레 95년도 출품 작품에 영향을 줬는지 이야기하셨었다 (그러니까, 1994년, 전수천 선생님은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기획을 하기 위해 한국에서 영국을 경유해서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대장정의 여행을 떠난다. 그 시절, 유럽 여행은 흔치 않은 호사였다. 그리고 많은 뮤지엄에서 여러 '신'을 본다. 비너스부터 아폴론까지. 팔과 얼굴이 잘린 많은 신의 상을 보며 우리의 토우를 생각하셨다고 한다. 인간의 형상을 한 대리석 신의 도상이 다 팔 다리가  잘렸을 때 가야의 토우들은 자그마하고, 우리 닮았다고. 이를 본 따 만든 토우를 베니스비엔날레 최초 한국관에 전시하고, 명예상을 받는다.) 전주의 병원에서 했던 이 인터뷰는, 안타깝게도 전수천 선생님의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그 날... 감자기 눈이 내리던 게 기억난다. 




또 그 이야기는 묘하게, 임옥상 선생님의 다른 증언과 중첩되어, 나에게 어떤 돌파구를
 줬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 세 작품이 나란히 이 전시에 들어와있었다. 토우, 전수천 선생님의 95년 작품, 그리고 임옥상 선생님 작업.
아 맞다..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이야기도 내게 큰 도움을 줬었다.

(내가 나에게 하는 약속이지만, 이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50여명의 증언과 많은 기록들, 그리고 전시 뒤 숨켜진 많은 이야기를 언제가 <전시만들기>로 쓰고 싶다. )



그리고 발터 벤야민이 말한 이미지 변증법을 제일 잘 보여주는 그 장면은 미술관 문밖에서 제일 잘 보였다.


가마인물형 토기 주인강 Silla Horserider shaped vessel master 6th century


Jeon Soocheon - Tou: Timetunnel (1994)



Lim Ok Sang - face - 1995


Golden clown from Seoningcheong Tomb



Lee Sookyung 달빛 왕관 2021


앞의 윤동구 무제 1989



나는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인 분쟁과 생존을 위한 사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나란, 결국 과거의 여러 중첩된 이미지의 위에 투영되는 또 하나의 기억일 뿐. 우리 역사의 잿더미 속 내 본연의 역량을 넘어서는 작업과 기록을 할 수 있을까.


김승민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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