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파노 Sep 28. 2023

이혼(離婚)과 암소(빈우, 牝牛)

-주역에 나오는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8

불안은 마음이 편치 않고 

뒤숭숭하고 조마조마한 상태를 뜻한다.      


불안을 주역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주역 30-3에 보면 

해가 기우는 곳에 붙들어 매여 있군요

[일측지리日昃之離)]”라는 글귀가 나온다.      


오늘 해가 서산으로 진다 한들 

해는 또 내일이면 동산에 어김없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서른 살을 넘긴 어느 청년은

서산에 걸려있는 해를 보고

밝음이 다한 양 우울해하고 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서산에 걸린 해를 보니.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인생의 마지막 날이 곧 닥칠 텐데.

나는 아직도 요 모양이니, 

어찌하나?’ 하면서.     


아직도 파릇파릇한 청년인데 

왜 그렇게 기분은 우울할까?     


하루하루 지나간 날들은 크게 보이고

남은 날들은 작게 보여 

초조해지고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해는 하늘이란 기본 축에 든든히 매여 있다.

든든한 기본 축을 믿으면 

기본 축에 매여 있는 

해의 뜨고 지는 안정성도 믿을 수밖에 없다.      


또 해가 사라져 어둠이 오겠지만 

곧 다시 밝음이 온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주역은 해의 밝음이 다했다고 

불안해하는 청년을 

하늘이란 든든한 기본 축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모순적인 사실에 직면시킨다.      


즉 주역은 청년에게 

해가 뜨는 동산을 바라보고 

희망을 노래할 나이에

해가 기우는 서산에 꽉 붙들어 매여 있다고 

불일치 상황을 알게 한다.      


믿음이란 끈은 다른 말로 하면

모호함과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자신감이다.     


만약 자신감이 넘쳐나면  

아마도 우울했던 청년은 

동산에 다시 떠오르는 해를 보고 

흥얼거리며 희망을 노래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감은 어떻게 생길까?     


주역(30괘)에 보면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순서를 

바꾸어 설명한다.      


30괘 괘사에서는 “()는 

이롭고(

참아내고 견디어(낼 때 

뻗어나감()이 있으며

그럴 때 암소를 기르면 길하다

(축빈우畜牝牛)”라고 한다.      


이 내용을 풀어쓰면 

‘꽉 붙들어 매게 하려면(리, 離)

성공한 경험의 결과들을 

하나하나씩 잘 쟁여 놓아야 하며(이, 利)     


이전보다 나은 큰 성취를 위해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참아내고 견디어 내야(정, 貞) 한다.     


그렇게 여러 작은 성공 경험을 

밑바탕 삼아 도전하면 

뻗어나감(형, 亨)이 있다고 한다.      


이때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을 하려면 

암소를 기르면 길(吉)한 상태 

즉 훌륭하고 착하며 아름다운 상태가 된다고 한다.      


암소를 기르는 것과 자신감은 어떤 연관성이 있나?     


영어에 cash cow는 

황금알, 돈이 되는 현금 줄로 번역한다.     


마찬가지로 동양에서 암소는 

일 년에 한 번씩 새끼를 낳아주며

힘든 일을 해주던지 

맛있는 우유를 선사해 현금 줄이 되게 한다.      


암소를 기르려면 

송아지 때부터 먹이고 건사하는 등 

한 가족이 서로 꽉 붙들어 매여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암소가 주기적으로 선사하는 

공동의 재산도 늘어나고 

우유를 얻는 등 

가족의 일상생활에 쓰는 현금 줄도 확보된다.      


다시 말하면 한 가족이 

소를 건사하는 데에 매여 있어야 

공동의 재산도 불어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뻗어나감도 있게 된다.     


한 가족이 서로 붙들어 매인 상태가 아닌 

따로따로인 이혼(離婚)은 왜 생길까?     


붙들어 매인 상태가 지속되려면 

가족 구성원 간 서로 

필요(need)가 있어야 한다.      


혼자서도 편하고 

부족한 것이 없이 즐거울 수 있다면 

굳이 붙들어 매이는 결혼에 목 메달 이유가 없다.      


주역에서는 이혼을 막으려면 

암소처럼 서로를 꽉 붙들어 매는 

무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꽉 붙들어 매는 믿음의 끈이 있어야 

위에서 자신감을 설명할 때 말한 

공동의 이익을 위해 거두어들이고 

참고 견디어 나갈 때 

성공한 경험이 뭉쳐 뻗어나갈 수 있다.      


즉 부부간에 서로를 꽉 붙들어 매는 

믿음의 끈이 있어야 한다. 

암소 같은.     


성공한 경험을 밑바탕으로 

뻗어나감을 자신감 있게 추어 나가려면  

암소 역할이 필요할 텐데

오늘날에는 무엇이 암소 역할을 할까?      


공동의 삶을 이루게 하고 

재산도 불리게 하는 것은 

아파트 투자?

그럴 수도 있겠다.     


여하튼 오늘날에 이혼을 막으려면

서로가 필요를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손에 와닿는 

믿음의 끈이 되는 

그 무엇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죽고 못 살겠든 사랑도 시들해진다.     


부부 둘만이 아는 

암소 역할을 할 수 있는

필요(need)에 근간한 

그 무엇이 정말 무얼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부부 둘만은 알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암말(빈마, 牝馬)과 분별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