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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Oct 13. 2023

숫양(저양, 羝羊)과 열등감

-주역에 나오는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10

     

집권층이 사는 이웃한 세상에서는 

개혁 바람이 불어 어수선하기만 하다.      


바로 최고 권력자 밑에 있는  

권력의 2인자 즉 최측근이 개혁을 주장하니 

사람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최고 권력자는 여성이어서 

약체정권이라고 비판받는 것이 두려워 

억압과 불통 중심의 

공포정치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이 사는 하층부 지금 세상에서도 

위 이웃 세상의 개혁 바람을 보고

이에 편승하려고 너도나도 나서려 한다.     


청년은 서른 살이 넘도록 

책임자 자리도 못 챙겨 시무룩한 처지이다.     

이참에 그 청년은 이웃 세상의 개혁파를 도와 

상황이 바뀌면 후일 그럴듯한 자리가 오리라고 

눈에 그려본다.      


그렇지만 그 청년도 아래 젊은 사람들도 

모두 개혁파를 지지하고 나선다.


그 청년은 잘못하면 개혁을 지지하는 

장한 결과를 후배들에게 빼앗길 염려가 있다. 

안절부절 애가 탄다.      


이때 주역(34-3)은 그 청년의 하소연을 경청한 후

이렇게 말한다.      


구삼 씨소인같이 좁은 마음이면 

장한 기술을 쓰려하겠군요

군자같이 현명한 사람이면 

포위망 같은 조직을 이용하려 하겠군요

참고 견디면서 기다리어야 하며 위태함을 느끼네요.

숫양이 배회하며 울타리를 뿔로 대어 찔러 

그 뿔이 지키게 되네요.

[구삼(九三소인(小人용장(用壯군자(君子용망(用罔

((저양(羝羊촉번(觸藩이기각(羸其角)]”     


이 구절에 나오는 숫양은 그 청년을 은유했다.      


양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습관이 있다.

양들은 무리 생활을 하기 위해 

그들 사이의 지배서열을 철저하게 지킨다. 


숫양끼리 머리에 있는 뿔을 서로 대어 각축을 벌이며

이런 각축전에서 이기는 순서에 따라 

지배서열이 정해진다.

최종으로 이긴 힘센 숫양이 우두머리가 된다.


우두머리 숫양은 가장 먼저 좋은 풀을 뜯고 

가장 먼저 움직이며 

무리를 이끄는 대장 역할을 한다.      


위 구절에서 왜 숫양은 울타리를 배회하며 

뿔로 찔러댈까?     


바로 우두머리를 두고 경쟁하는 각축전을 대비해 

울타리를 연습 대상으로 삼아 훈련하는 것이다.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서는 평소에 

뿔이 지칠 때까지 수도 없이 단련해야 한다.     


그 청년은 나이 어린 사람에게 

책임자 자리도 빼앗기고 

능력도 없는 찌질이라고 멸시받으며 생활한다.     


그 청년은 오로지 이웃 세상에서 

벌어지는 개혁바람에 먼저 깃발을 꽂아 

후일 실패한 자리보다 나은 자리를 확보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서두른다.      


공을 채가기 전에  

‘내가 위험함을 이기고 제일 먼저 개혁을 지원했다’라는 

장한 기운을 칭찬받는 소리에 연연해서.      


주역은 그런 청년의 하소연을 듣고 

두 가지 안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      


첫째는 소인처럼 마음이 좁은 사람이 쓰는 

남보다 우뚝 서서 

건장한 기운을 살려 나가는 방법이다.      


둘째는 군자처럼 현명한 사람이 쓰는 

나를 내세우지 말고 

여럿이 함께 포위망 전략을 쓰는 방법이다.     


분명 그 청년의 마음은 첫째 안에 있으나

주역은 둘째 안을 지지해  

그 청년이 현명하길 바란다.     


왜 그럴까? 

개혁바람을 지원하기 위해 

이웃 세상으로 올라간다는 의미는 

개혁을 성공리에 완수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공포정치를 펴는 

현 집권 세력을 개혁파가 이길 수 있을지 

그것이 핵심이다.      


장한 기운을 가진 

그 청년의 혼자만의 힘으로는 

집권 세력의 막강한 세를 이길 수 없다.


여럿이 연합해서 포위망 전략을 써야 

집권 세력을 이길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권력의 2 인자는 

가능하면 모든 사람이 뭉쳐서 싸우는 

포위망 전략을 선택할 것이다.      


주역이 숫양을 언급하며 

포위망 전략을 지지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의 멸시받는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그 청년은 먼저 밝은 세상이 되도록 

포위망 전략을 써서 

공포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양들은 그늘을 피해 밝은 곳을 선호한다. 

가능하면 주변이 확 트인 언덕 등을 좋아한다.     


어두운 공포정치 밑에서는 

그 청년은 멸시받으며 죽어지내야 한다. 


밝은 세상이 되어야 

그 청년은 뜻을 펼 수가 있으므로 

우선 포위망 전략을 써서 이겨야 한다.      


그런 다음 주역은 그 청년에게 

장차 개혁 세력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을 지켜야 한다고 이른다.     


첫째는 참고 견디며 봄날같이 좋은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둘째는 한센병 환우 곁을 과감히 뚫고 지나가듯 

용기를 가지라고.

셋째는 숫양이 뿔의 힘을 단련하듯 

미래의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단련을 

끊임없이 하라고.      


주역의 마지막 셋째 당부가 핵심이다.      


숫양은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뿔싸움을 하지만

패배해서 재배서열 끄트머리에 있을 수도 있다.      


마치 그 청년이 후배한테 책임자 자리를 빼앗기고 

허망하게 찌질이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듯이.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평소에 뿔싸움을 대비해 울타리를 찔러 

피가 나도록 단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참고 견디어야 하며

각축전을 겁내어 도망가지 않고 

과감히 뚫고 나가야 한다.     


열등감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첫째, 참고 견디어야 하며

둘째, 위태함을 용기로 뚫고 나가야 하며

셋째, 평소에 피가 나도록 끊임없는 단련을 해야.     


팬심은 의지이며

뜻을 사랑하는 숭고함이 있다. 

나는 오늘부터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의 팬이 되고 싶다.      


숫양처럼 울타리를 연습 대상으로 삼아 

피가 나도록 단련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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