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 나오는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19
주역(44-5)에 이기포과(以杞包瓜)라는 글귀가 있다.
어느 책에서는
‘버드나무를 가지고
오이를 포장하다.’라고 해석한다.
또 다른 책에서는
‘버드나무로 만든 바구니에
참외를 넣는다.’라고 해석한다.
무슨 말인지 도저히 감을 잡기가 어렵다.
분명 은유의 표현이고
또 쉽게 표현한 것일 텐데
어렵게 느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기(杞)는 사전에
‘구기자나무’로 나와 있으며
다른 사전에는
‘구기자나무, 갯버들, 냇버들’이라고 한다.
은유는 ‘~처럼, ~같이 등을 쓰지 않고
유사한 질적인 특성(similar quality)을
비유하여 쓸 때’ 사용한다.
그러면 분명 기(杞)가 뜻하는
유사한 질적인 특성을
은유로 표현했을 것이다.
또 그런 기(杞)와 유사한 질적인 특성은
과(瓜)에도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과(瓜)에
그런 성질이 있기에 덮어버리려고(포, 包) 했으니까.
고로 기(杞)와 과(瓜)에 감추어 놓은
유사한 질적인 특성을
찾아보는 것이 지름길이다.
구기자나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구기자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항산화 작용을 하여
차로 끓여 마신다.
특히 눈에 좋으며
혈당치를 낮추는 성질이 있다.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서 오래전부터
노화 방지 효과가 높은 자양 강정제로 쓰였다.
그래서인지 인삼, 하수오, 구기자를
3대 명약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차가운 성질이 있어
수족냉증이나 몸이 찬 사람은
먹을 때 유의해야 한다.
오이는 흔한 음식 재료로
차가운 성질을 이용하여
오이냉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러면 퍼뜩 떠오르는
유사한 질적인 특성은
‘몸에 이로우나 차가운 성질이 있다.’라는
점일 것이다.
주역은
이기포과(以杞包瓜) 다음으로
[함장(含章) 유운자천(有隕自天)]이란
구절로 마감한다.
이 뜻은 ‘큰 재목감을 포함하고 있으니
하늘에서부터 떨어짐이 있다,’이다.
‘큰 재목감의 자질은 격려할만하지만
구오 당신은
그런 좋은 점에 걸맞게 일을 해야 하는데
자질을 포함할 뿐
행동으로 나서지 못한 것이 아니냐?’라고
주역은 최고 권력자(구오)를 직면시켜
나무라듯이 말하고 있다.
또 ‘구오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기보다는
하늘로부터 (별똥별이) 떨어지듯
명(命) 받아 부여되는 것이 있다.’라고 한다.
그러므로 최고 권력자 구오는
명(命) 받았다는 사명감으로
‘큰 재목감’을 살려
해야 할 일을 다 하라는 뜻이다.
‘큰 재목감’을 명(命)대로
잘 활용하면
구기자 같이 귀하고 훌륭한
약재가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만약 지금과 같이 ‘큰 재목감’을
활용치 못하면 오이같이
싸면서도 흔한 먹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어
조심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상전에서는
큰 재목감을 잘 행사하도록
중정(中正)의 가치를 내걸고 있다.
중정은 앞에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이쪽저쪽에 치우침이 없이
가운데에서 올바르고 명확하게 결정하라.’라는 뜻이다.
구오가 중정(中正)의 가치를 행사하려면
얼음같이 차가운 판단력이 요구된다.
기(杞)와 과(瓜)를
언급하며 차가운 성질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고 권력자가 엄정하게 결정하려면
차가운 판단력이 필요하므로
차가운 성질을 은유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큰 재목감’으로
50대에 모 당의 비대위원장으로
모 인사가 취임했다.
이기포과(以杞包瓜) 예로 볼 때
그분이 ‘큰 재목감’을 훌륭하게 잘 쓰면
기대에 찬 모든 사람에게 구기자 같은
귀한 명약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또 잘못 쓰면 오이같이
그저 흔한 그런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므로 ‘구기자로써 오이를 덮듯이(以杞包瓜)
그렇게 하라’는 의미이다.
둘 다 차가운 판단력을 요구하지만
잘 쓰면 은은하게 차가운 성질을 내는
훌륭하고 귀한 명약인
구기자 같이 될 것이며,
그렇지 않고 파르르 하고 차갑게
성질머리를 나타낸다면
먹을 때만 시원한 오이같이 될 것이다.
과연 그분은 어떻게
‘큰 재목감’을 사용할 것인가?
몹시 궁금하지만
시간이란 좋은 검증의 잣대가
이기포과(以杞包瓜) 했는지
재단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