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 나오는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 20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
갈등(葛藤)이란 단어가 있다.
칡넝쿨 순과 등나무 넝쿨 순은
칡은 왼쪽,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사이에 낀 나무를 휘감아 뻗는다.
칡과 등나무의 순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자라
순끼리 만날 수 없다.
그래서 갈등(葛藤)은 사전상으로
‘목표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갈등의 내막을 깊이 들여다보면
칡은 칡대로, 등나무는 등나무대로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현명하게 자기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겉으로 싸우는 듯이 보이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각자 나름으로 최선의 길이므로
갈등상태에 있을 때는
서로의 입장을 올곧이 인정하고
최선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올바른 길이 될 것이다.
마치 종교, 정치이념 등이 다른 사람끼리
사이좋게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주역(47-6)에는
[곤우갈루(困于葛藟)]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칡넝쿨과 등나무 넝쿨 순이
서로 엉키어 옥죄니
그사이에 끼인 나무는 옴짝달싹 못하고
곤란을 겪는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루(藟)는
‘넝쿨 순, 등나무 넝쿨’이라는 뜻으로
어떤 책에서는 갈루(葛藟)를
‘칡의 넝쿨 순’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칡과 등나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갈등(葛藤)의 어원처럼
왼쪽, 오른쪽 모두 칭칭 동여매어 있는
처지를 말하기 때문이다.
상육은 이제 은퇴해도 되지만
욕심을 거스를 수 없어
태후로서 왕을 무시하고
권력을 농단하는 사람이다.
참다못해 왕은 태후를 옴짝달싹 못하게
감옥처럼 벽진 성으로 유폐시키려 한다.
주역은 이런 사실을
넌지시 상육에게 말하여
스스로 깨우치게 직면 상황을 만들고 있다.
즉 ‘상육, 당신은 칡과 등나무가
왼쪽, 오른쪽 꼼짝달싹 못하게 옥죄니
움직이기 곤란한 상황을 겪는군요.’라고 말한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각기 살아가는 모습만을
연상해서 나온 단어이다,
곤우갈루(困于葛藟)는
칡과 등나무 사이에서 왼쪽 오른쪽 모두 묶이어
움직이기 곤란한 끼인 나무의 신세를
연상해서 나온 구절이다.
선거가 주요 이슈로 부상되는 철이다.
곤우갈루(困于葛藟)처럼
왼쪽, 오른쪽 모두 묶인 상태에서
오로지 국민을 위해 나섰다고
외치는 인사도 있다.
갈등(葛藤)처럼 서로 적대시하며
자기의 주장이 옳다고
외치는 인사도 있다.
여하튼 세월이 가면 드러날 것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현명한 국민은 명확히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