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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Oct 22. 2022

24 시간 중 반 시간만

 0 법학 교수님의 강의는 언제나 인기가 있었다. 교수님이 직접 쓰신 교재도 비교적 이해하기 좋게 되어 있는 데다가 내용도 풍부하였다.


 여기에다 교수님은 어려운 법을 쉽게 풀어서 강의하셨다. 또 이따금 유머를 섞어 강의하시어 딱딱한 법 강의실을 푸근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정식 수강생도 많은 데다가 청강하려는 학생도 많아 공간이 꽤 큰 중강당에서 강의했다. 그날도 강의는 시작되었다.      


 ‘이번 시간에는 0 법학보다 중요한, 아주 중요한 여러분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도록 권하겠습니다. 남들이 잘 안 하는 것 중에서 나는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을 단 하나만 고르십시오. 반드시 하나만 고르십시오. 


     

 그리고 하루에 반 시간씩 공부합시다. 꾸준히 해야만 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반드시 쓰일 데가 있을 것입니다. 이태리어든 일본어든 아니 굳이 어학을 고르라는 뜻이 아닙니다. 악기든 뭐든 상관이 없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진정한 나를 위한 공부를 합시다. 10년이든 15년이든 여러분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게 되더라도 멈추지 말고 꾸준히 해야만 합니다.‘     


 당장에 시험을 보기 위해 0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빨리 진도나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나중에 그런 공부는 시간을 더 투여하여 집중하면 되겠지.’란 생각에 귀담아듣는 사람은 적은 것 같았다.      


 나는 2년 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서도 여전히 달달 외우는 시험공부에 빠져 있었다. 대학원 2학기 시험이 막 끝나던 날 문득 0 법학 교수님의 강의가 생각났다. 갑자기 독일어를 공부하고 싶어졌다.      


 24시간 중 반 시간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마저 투여하지 못한 날이 허다하나 그날 이후 매일 시간을 내어 독일어 공부를 하려고 애썼다. 제2 외국어에서 일본어, 불어 등에 밀려 인기도 없는 독일어를.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서도 독일어 책을 틈틈이 보았다.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지 16년이 지난 후에 나는 독일로 장기 연수를 갔다. 또 1년 있다가 독일 현지법인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독일은 나의 제2의 고향이라 할 만큼 정이 깊은 곳이다. 지금도 교수님의 그때의 강의 시간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자신을 위한 진정한 공부에 대해 열강 하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셨으나 그날의 강의하시는 모습은 내 생이 다하는 날까지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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