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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파노 Nov 04. 2022

자화상(自畵像)

마디 1

     

A 씨: 왜 사람들은 자기 초상화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보다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까?

B 씨: 보는 관점이 달라서이겠지.

A 씨: 보는 관점? 어떻게?

B 씨: 화가가 보는 대로 자기의 내면까지 잘 표현한 것과, 자기의 가장 자신 있는 데를 잘 표현한 것과, 자기의 자신 없는 데를 드러나지 않게 잘 표현한 것 중에서 선택한다면 무엇을 택하겠나?      


마디 2     


왜 빈센트 반 고흐는 죽기 몇 해 전부터 자화상(自畵像)을 즐겨 그렸을까     


모델료를 지불할 돈이 없어서 스스로 자화상의 모델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도 이해는 간다. 

가난한 늦깎이 화가였으니까. 고흐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한 달에 한 번 돈을 보내주어야 한다’라고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에서 보듯이.      


나는 직업인인 화가이다를 스스로 확인시키기 위해서일까?     


그것도 이해는 간다.

그리는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서 그려야 한다는 화가로서의 집념이 보이니까. 고흐는 테오에게 부친 편지에서 말하였다. ‘호흡조차 힘들어도 작업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작업이 잘 될 때가 있는 데다가 참을성 있게 계속 정진한다면 작업에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기의 모습을 보며 자신은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일까?     


그것도 이해는 간다. 

고흐는 고갱 앞에서 초상화를 끝내 놓고 말했듯이 죽기 전까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정말 나와 흡사한 걸, 그런데 미쳐버린 모습이군’이라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자기의 모습을 통해 끊임없이 탐구하기 위해서일까?     


그것도 이해가 간다. 

르낭의 글을 인용한 데서 보듯이 자신을 던져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알아보려 했으니까.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부친 편지에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아를 희생해야 한다.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행복하기 위한 것도 정직한 존재가 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인간성의 위대한 부분을 깨닫고 존귀함을 획득해야 하며 인간의 야비한 품성을 초월해야 한다’라고 추신으로 르낭의 글을 인용한 것을 보면.


꿈의 세계를 잊고자 지금여기서의 세계에 머무른 자화상을 그린 것은 아닐까     


그것도 이해는 간다.

고흐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산들바람 속에서 잔잔하게 흔들리는 이삭을 연상시켜 주는 인물화’를 그리고 싶었으니까. 문득문득 떠오르는 열정의 세계를 잊기 위해서. 이글거리는 태양과 같은 꿈의 세계를 잊고자 자살을 꿈꾸던 그의 마음을 엿볼 때. 태양을 쫓던 해바라기 그림에 만족을 못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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