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만 돌려 앉으면

by 스테파노

A 팀은 총 8명쯤 되었다. 5 명쯤이 주로 한 팀인 것에 비하면 다소 명수가 많은 편이었다. 수시로 위에서 떨어지는 일의 양이 많아 늘 상 바빠 특별히 배려한 결과이다.

그날도 무슨 제도인가 하여튼 제도의 문제를 연구해서 제출해야 했다. 늘 상 일하던 방식대로 팀원은 의자를 돌려 앉았다.


각 팀은 팀제 이후 사각형으로 구분 막이 빙 둘러 있었으며 팀의 책상 배치는 구분 막을 보는 방식으로 배치되었다. 돌려 앉으면 바로 사각형 테이블이 있어 회의하기는 편했다.


회의는 난상토론 식이었다. 선임 팀원이 한 이야기를 말단 팀원이 반박할 수도, 또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도 있었다. 한참을 토론하면 일의 가닥이 대충 잡혔다.


팀장의 주 역할은 팀원들의 토론으로 일의 가닥이 잡히면 일의 목차를 정하고 목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팀장은 팀의 일원으로서 토론에 참여하여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팀장의 의견은 특별히 우대되지 않으며 팀원들의 의견과 같이 그들 중의 하나로(one of them) 취급되었다.


또한 팀장은 팀원들의 토론 분위기가 너무 고조되면 사이사이에 개입해 논점을 다시 정리해보고 난 후 주제가 뜨겁거나, 곁가지에 속하면 냉각 시간을 두어 논의 시간 끝쯤에 다시 거론했다.


팀장은 대충 토의가 끝나면 일의 목차를 다시 정리해 보고, 현장 확인이 필요한 것인지를 확인하면 되었다. 뒤로 미루었던 분위기가 뜨거운 주제를 재론에 부치면 십중팔구 차분하게 정리되었다. 냉각 시간이 갖는 장점이었다.


목차별로 작성을 희망하는 팀원을 선정하고 일은 보고서로 꾸미면 되었다. 팀장이 때로는 직접 한 목차를 담당해서 작성하기도 하고 일이 겹쳐 있을 때는 작성 책임을 선임 팀원에게 맡기고 최종 스크린만 했다.


팀제이면, 또 팀장이면 흔히 일을 이렇게들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A 팀의 팀장은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비교적 괜찮은 팀장으로 불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팀장의 독단적인 의견이 개재할 소지가 적었다는 점일까?

전 팀원이 함께한다는 참여의식이 크다는 점일까?

팀원들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골라 작성하게끔 일의 배분을 희망대로 한 점일까?

자기 의견을 마음껏 개진할 수 있었던 점일까?


아니다.

중요한 점은 다른 데 있다.

팀장이 없어도 팀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던 점이다.


팀장이 없어도 팀원들은 일단 일이 떨어지면 의자를 돌려 앉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당시 팀원들은 일이 많아도 겁이 안 난다고 했다.

의자만 돌려 앉으면 일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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