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우연, 그리고 운명

by 스테파노


마디 1


A 씨는 집 근처에 있는 테니스 코트를 이용하기 위해 테니스 모임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파트너로 같이 운동하던 이웃에 사는 B란 분과 가까이 지냈다. 며칠 후 운동을 끝나고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 끝에 진로 선택과 관련하여 얘기를 나누었다.


B 씨는 자기 전공인 심리학에 관해 설명하였으며 심리상담의 필요성에 관한 얘기도 들려주었다. 그날 이후 A 씨는 심리학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인터넷을 찾아보게 되었다. 마침내 흥미가 끌려 전공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후 A 씨는 심리학을 전공하였고 유학도 갔으며 후에 심리학자가 되었다.


• A 씨가 테니스 모임에 안 들어갔으면 심리학자가 되었을까?

• A 씨가 파트너를 다른 사람과 했더라면 심리학자가 되었을까?

• A 씨가 파트너에게 전공에 관한 질문을 안 했더라면 심리학자가 되었을까?

• A 씨가 심리학에 궁금증이 안 생겼다면 심리학자가 되었을까?

• 심리학자가 된 A 씨에 관한 모든 일이 운명일까, 우연스러운 일일까?


마디 2


위의 이야기는 심리학 교과서에 나오는 진로 선택에 관한 이론 중에 ‘계획된 우연 모형에 관한 이론’에 관련된 내용이다. 우리는 우연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많은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주변에서 본다.


A 씨는 우연한 기회에 파트너를 만났고 대화를 나누던 중에 전공에 관한 질문을 했다. 그 우연한 기회가 인연이 되어 A 씨는 심리학자가 되었다.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친구가 취직하기 위해 원서를 낸다기에 그 편에 원서를 부탁했고 어찌어찌 시험까지 보았다. 시험에 붙어 결국은 그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직장은 나와는 생소한, 인연이 먼 직장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우연한 기회에 정보를 얻고

그 정보에 기초하여 매일매일 선택하며 삶을 살아간다.

내가 한 선택은 운명일 것이라고 믿고.


‘운명의 신은 여신이어서 그녀를 나의 편으로 만들려면

때려눕히기도, 또 밀어 쓰러뜨릴 필요도 있다.

운명은 여자를 닮아서 젊은이 편이다.


젊은이는 신중하기보다 민첩하고 신속하며

또한 대담하게 여자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윗글은 ‘절대 지식, 세계고전’에서 인용한

마키아벨리의 운명에 대한 견해이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고 해도 팔짱을 끼고 있는 동안에는

운명의 여신이 베풀어주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때로는 운명과 싸우기도,

또 싸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우연히 TV를 보니 월드컵 축구팀의 조규성 선수와

인터뷰하는 프로였다.

조규성 선수는 벤치 신세여도 남보다 일찍 연습하는 등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고 담담히 말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같으나 왠지 가슴에 울림을 준다.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


심리학책의 ‘계획된 우연 모형’ 이론에서 보다시피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고

정보에 기초하여 노력한 결과

그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이 될 정도로 성공했다고 하면?


그 이면에는 어떻게 하면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 것인지

평소 준비하는 노력이 항상 있었다.


우리는 A 씨가 심리학자가 된 결과만을 본다.


그러나 A 씨는 힘들여 유학 생활을 하고,

또 학자가 되기까지 남모르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중간에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을 수도 없이 했으며

그런 가운데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를 불살라

학자까지 되었을 것이다.


나한테 기회였을 것들이

기회인 줄도 모르게 지나갈 수가 있다.


평소에 나름대로 고민하고 또 가꾸어 온 분야에서만

기회로 인식되어 그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일반이다.


‘누구나 자기 운명의 건설자’라고 한다.

첫째는 어느 분야든 열심히 노력하여 준비하는 것이고,

둘째는 우연한 기회를 대담하고 신속하게 잡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힘들여 얻은 기회를 기회답게 가꾸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기회를 기회답게 가꾸어야 할 텐데…,

허망한 망상이 자꾸 나를 어지럽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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