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해서는 안 되는군요
(불과, 弗過)

-주역에서 본 생각거리, 1

by 스테파노

주역에는 ‘막는 것을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되는군요

(불과방지, 弗過防之)’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막는다’라고 할 때 누가, 무엇을 막는다는 뜻인가?


누구는 소과(小過) 국의 서른 살을 넘긴 어느 청년을 말한다.

그는 책임자 자리에서 연이어 패배하여 남들로부터

실패자란 소릴 듣는 청년이다.


특히 이번에도 그 청년은 자기보다 어리고

게다가 한없이 야리야리한 여성에게

책임자 자리를 빼앗겼다.


그 청년의 마음은 어떨까?

수치심에 절절맨다.

그것도 여린 여성에게 빼앗겼다는 사실로

고개를 못 들 정도로 아주 심한 수치심에.


수치심이 많은 청년은 어떻게 심리상태가 변할까?

그 청년은 수치심을 드러내놓고 자랑할 일도 아니니

안 그런 척, 척하는 가식에 찬 사람으로 변한다.


그는 속으로 끙끙 앓지만 짙은 수치심을 감추려고

밖으로는 더 강압적으로 나온다.


그런 사람이니 청년의 행동거지는 어떤 사람을

특히 만만한 여성들을 가는 길을

막아서며 훼방을 놓는다.


또 막는 것을 피해 달아나면

끝까지 쫓아가서 상처를 입힌다.

그런 청년에게 주역은 상담 처방을 내리고 있으나

(책 ‘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 참조)

여기서는 그런 상담 처방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지나치다’라는 과(過)에 있다.


‘지나치다’라의 과(過)는

원래 ‘바른길을 지나쳐가다’라는 뜻이다.

바른길을 지나쳤으니 잘못된 길로 갈 확률이 높다.


그러니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된다.’라는

부정의 접두어 불(弗)을 붙인 것이다.

불과(弗過)는 ‘넘쳐나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것이 더 낫다.

넘치는 것은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고

풍족하여 목표를 잃게 해 방탕하게 만든다.

넘쳐 있을 때는 항상 그러려니 하여

방만함이 꿈틀대기 때문이다.


방만함은 모든 주의력을 잃게 만든다.

넘쳐 있는 것으로 시야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조금 더 근신해야 하는 일도,

조금 더 겸손하게 접근해야 하는 일도,

조금 더 나서지 말아야 하는 일도,

조금 더 조심해야 하는 일도 등,

‘조금 더’에 인색하다가 후회스러운 일을 겪게 된다.


‘조금 더’에 신경을 기울이면 되는데

넘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갑자기 관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신정 때나 구정 설날에 축원의 글로

종종 ‘복이 차고 넘치도록 빌겠습니다’라고 언급했었다.

지금 가만 생각해 보니

그저 있어 보이려고 진심이 묻어나지 않는

의례적인 상투어 남발이 아닐는지?


이 것뿐만 아니다. 축금, 손님 접대 등 모든 면에서

조금 과하게 하는 것이 잘한 양, 그래야 내 마음이 편안해지니.


나는 왜 풍성함에 허기증이 걸린 것처럼

넘치는 것에 과하게 매달릴까?

이것도 열등의식의 한 예일 것이다.


어렸을 적에 결코 풍족한 생활을 못 해

늘 풍성함을 원했던 것이

나도 모르게 말로 글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불과(弗過)의 의미를 종종 생각하며

나의 풍성함에 대한 허기증을

이제는 고쳐야 할 습관으로 자리 매겨 놓았다.


열등감은 털어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털어내야 한다.


나는 남들에게 인심 좋은, 어딘가 있어 보이는

그런 사람으로 평가받기 위해

지나치게 풍성함에 매이는 것은 아닐지?


가진 것은 별로 없는데

풍성함을 내세우며 있어 보이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하고 있으니

이보다도 추한 짓거리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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