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약속은
참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주역에서 본 생각거리 5

by 스테파노

아들러 심리상담학파는 열등감을 감추려고

위장술이나 속임수를 쓰는 것을

‘우월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우월 콤플렉스에 젖어 있는 사람은

마치 자기가 남들보다 아주 우월한 사람인 양

행동하고 또 표현한다.

속으로는 열등감에 푹 싸여 있지만.


우월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은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려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다고 믿게 되면

이때는 왜곡된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


여기서 왜곡된 보상은 무엇일까?

비정상의 대가를 약속으로 정하거나

보상이 정도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은 것을 말한다.


왜 이런 왜곡된 보상에 집착할까?

열등감이 원인이다.

열등감을 정도 이상의 왜곡된 보상으로 메꾸기 위해서이다.


주역에는 ‘고통스러운 약속은 참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고절 불가정, 苦節 不可貞).’라고 한다.

약속은 틀림없이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주역에서는 약속을 참는 것이 가능치 않다고

왜 파기해도 되는 것처럼 말할까?


주역을 잠깐 보자.

절 나라의 어느 여성은 서른이 넘도록 책임자도 못 되어 불만이 쌓였지만

타고난 미모 덕분에 아래 남성들에게 큰소리치며 산다.

마치 자기가 공주인 양 과시하며.


그 여성은 하루는 아래 남성들을 데리고

전쟁 중인 이웃의 최고 고위급 장수를 만나

왜곡된 보상이 담긴 약속을 하려 방문한다.


최고의 고위급 장수는 가뜩이나 군인이 더 필요한데

도와준다고 먼저 나서니

흔쾌히 왜곡된 보상이 담긴 약속을 하려 한다.

이를테면 왜곡된 보상으로 차후에 높은 자리를 약속한다든지 등.


그 높은 자리를 약속받은 공주병 걸린 여성과

고위 장수가 죽이 맞아 약속이 이루어지려는 순간이다.


그런데 정작 공주병 걸린 여성의 휘하에 있는

남성들이 반발한다.

최고 고위급 장수를 도와주면

나중에 역모죄로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최고 고위급 장수는 왕에 반발하여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우월 콤플렉스에 걸린 여성은

역모죄의 두려움을 이유로 반발하는 남성들 때문에

약속은 파기되고 허탈해서 탄식으로 날을 보낸다.


공주병에 걸린 이 여성처럼

정도 이상의 보상을 담은 왜곡된 약속은 끝이 뻔하다.

그 끝은 이면 계약이 발각되어 계약은 무효로 되고

왜곡된 보상은 허공 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나는 모회사에서 00실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00실은 이따금 전혀 얼토당토아니한 건으로

조사가 이루어질 때가 있다.


휴전선 근방에 몇 조원의 건물 공사 계약을 들고 와서

추진 방안을 협의하겠다니,

옛날 건국 시절 공채를 상환받는데 확인을 요구한다든지,

대부분 사기행위를 위해 밑바탕에 깔린 내용들이다.



최근에도 모 점포에 이상한 몇 조원의 계약서를 들고 와

점포장이 내용을 확인하는 건이 있었다.

당시 00실장이었든 내 이름으로 된 계약서를

시간이 꽤 지난 후에 확인하는 건이었다.

계약서는 물론 허위 계약서이다.


왜 이런 일이 나타날까?

그 사람들은 확인하려고 하는 회사 사람이

사기행위에 걸려들면 좋고

걸려들지 않아도 제 3자에게 사기행위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 사람들은 제 3자에게 당당히

“전화해 보라. 지금 내용을 검토 중일 것이다.”라고 말하며

제 3자에게 왜곡된 보상이 담긴 계약을 하기 위해서이다.

우편 등으로 접수되어 지금 내용을 확인하는 중이라는

사실은 맞기 때문이다.


그런 계약에 말려 정도 이상의 왜곡된 보상을 기대하는 사람이나

그런 계약을 들고 사기행위를 일삼는 사람이나

모두 우월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들일 것이다.


왜곡된 보상이 들어 있는 계약은

어떤 경우에도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

그래서 주역의 말처럼 고통스러운 약속은 참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참는다’라는 정(貞)은 참아내고 견디다 보면

머지않아 따스한 봄날이 오니 안심하라고 희망을 주는 말이다.


그런데 ‘참는 것이 가능치 않다’라고 하니

열등감이 깊은 사람은 폼나게 떠벌리고 다닐 희망을 안고

기다려도 가능치 않아 허허로움만 남겨 탄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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