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서 본 생각거리 4
학자 겸 심리상담가인 어느 분이 심리상담을 해준 후
몇 년이 지나서 그 고객들에게 질문해 보았다.
‘무엇을 기억하는가?’라고.
고객들은 뭐라고 답했을까?
가슴에 깊게 느낀 통찰력 있는 깨달음도 아니다.
또 상담가가 정성 깊게 잘 설명해 준 해석하는 말도 아니었다.
그 고객들은 용기를 내게 해준 격려의 말만을 기억하고들 있었다.
격려(encouragement)는 용기(courage) 세우기이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이나
어느 학자에 따르면 사람의 용기는
① 자신의 강점을 알게 될 때,
② 소속된 공동체에서 외롭지 않음을 느끼게 될 때,
③ 희망 속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일 때 솟아난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은 ① 과 관련하여 ‘나에게 그런 강점이 있었나?’라고
남의 일처럼 모르고 산다.
주역을 잠깐 보자.
대축 나라의 어느 청년은 서른 살이 훌쩍 넘도록
책임자가 되지 못해 시무룩해 있다.
게다가 그가 몸담은 곳은 유난히 딱딱한 남성 중심 사회여서
청년에게 대놓고 ‘능력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을 한다.
그러나 그 청년은 힘겹게 쫓아가며
처진 삶을 살고 있으나
남들처럼 떳떳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불쑥불쑥 솟구친다.
이때 주역은 그 청년에게
‘좋은 말도 쫓김을 당하네요(양마축, 良馬逐)’라고 말해 준다.
주역은 그 청년을 ‘좋은 말’처럼 걸출한 인물로 대우해 준다.
그러나 좋은 말이라고 항상 앞질러서 달려가는 것은 아니다.
사정이 어려울 때는 뒤처져 따라가는 것도 흔한 일이다.
그러나 원체 바탕이 ‘좋은 말’이어서 분명 앞의 말들을 젖히고
당당하게 앞지를 것으로 믿는다는 뜻이다.
주역은 그 청년에게 격려해 주어 용기를 세워주고 있다.
격려는 말 잔치로 영혼 없이 칭찬만 해서는 안 된다.
격려해 주는 ‘이유’가 따라올 때 의미가 있다.
주역의 그 뒤 구절을 보면
그 청년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거친 남성들을 무마시켜
이웃 공동체와 화해시키려고 나서는 등 적극성을 보인다.
위에서 격려를 통해서 용기를 세워주려면
①의 자신의 강점을 알게 될 때를 가리키며
주역에서는 ‘화해를 유도하는 적극성의 성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나의 강점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심리상담에서는 이런 본인도 알지 못한 강점 등을
대화 중에 캐치하여 격려를 통해 알게 해
고객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나는 어렸을 적에 중학교 시험을 보려고
시험에 대비하여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는 중학교도 시험을 보고 들어가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때 화장실을 가기 위해 사랑방을 지나던 중
방에서 나를 화제 삼아 이웃 어른과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버지는 ‘00는 한번 마음을 정했으면
꾸준히 해내는 뚝심이 있지.’라는
대화를 무심결에 들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오랫동안
‘뚝심’이란 말을 나의 장점으로 알고 지냈다.
삶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는 동안 어려운 순간이 이따금 생겨도
‘그래 나는 뚝심이 있지, 이겨나갈 거야.’
하며 버티면서 그 순간들을 바우어 나갔다.
요즈음도 ‘나는 뚝심이 있지.’란 말을 종종 내뱉으며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