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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함도 서서히 사라진다
휴회(虧悔)

-주역에서 본 생각거리 6

by 스테파노

‘후회하다, 뉘우치다’의 회(悔)는

원래 ‘단념하지 못하고 마음에 걸리다.’는 뜻이다.


후회스러운 일들은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

후회 거리를 단념하여 끊어버리는 것이 정답이지만

사람의 마음은 어디 그런가?

마음에 진득하게 남아 있어 수시로 괴롭힌다.


후회스러운 일을 단칼로 끊어내려 하기 때문이다.

끊어내려 해도 질긴 힘줄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이곳저곳이 끊어내려고 몸부림친 상처만 남긴 체.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준다.

후회 거리를 흘러가는 시간에 맡겨 놓고

손쉬운 것부터 하나씩 서서히 줄여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휴회(虧悔)이다.


‘달이 차면 기울다’라는 월만측휴(月滿則虧)란 말이 있다.

보름달이 떠올랐나 싶었는데

어느새 날은 훌쩍 지나 그믐달이 애처롭게 걸려있다.


휴(虧)는 이처럼 ‘시간에 따라 이지러지는 것’이다.

후회스러운 일들도 서서히 줄여가면 ‘그런 일이 있었든가?’하고

종래에는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주역을 보자.

정 나라에 서른이 넘도록 책임자도 안 된 청년은

이제나저제나 벼슬자리를 기다리며 지낸다.

그러나 기다려도 인사 담당관으로부터 소식은 오지 않는다.


그 청년은 참지를 못하고 여기저기에 불만을 털어놓는다.

‘나라의 인재를 채용하는 관리란 사람이

아무 일도 안 하고 세월만 갉아먹고 있다.’라고 큰소리치면서.


이때 주역은 그 청년에게 뭐라고 했을까?

“솥의 귀가 새로워지면 그 행동이 막히게 되어

살진 꿩고기를 먹지 못하는군요.

바야흐로 비가 오면 후회함도 사라지는군요.

마침내 길합니다.”라고 한다.


솥은 정(鼎) 나라를 가리킨다.

귀는 나라의 소통을 담당하는 윗사람을 가리킨다.

살진 꿩고기는 꽃자리 같은 벼슬자리를 뜻한다.


즉, ‘그렇게 불만을 터트리나 만약 소통 담당하는 사람이 바뀐다면

결국은 새 사람이니 서먹서먹하여 지척거리는 동안

꽃자리인 벼슬자리는 물 건너는 꼴이 아니겠나?’ 이런 뜻이다.


그 청년에게 이렇게 직면시켜 알게 해 준 후

‘먹구름으로 덮여 답답했던 하늘이 시원하게 비가 되어 내리니

그런 막혀있던 분위기도 바뀌어 후회스러운 일도 서서히 줄고

진선미가 다 들어있는 길한 상태로 변한다’라고 말한다.


길(吉)은 훌륭하고 착하며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러니 진선미(眞善美)가 다 들어 있는 최고의 찬사를 한다.


죠르겐센이란 심리학자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남아 있는 삶의 첫날’이라고

희망을 주어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쓰게 한다.


고통받는 사람이든, 불만에 싸여 있는 사람이든

사람은 자기에 대한 희망 있는 이야기를 작성하려는 그 힘으로 산다.


주역은 아마도 이런 뜻으로 그 청년에게 희망을 부여할 것이다.


“후회로 얼룩진 사람도 한 번에 후회 거리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보름달이 그믐달이 되듯 흐르는 시간 속에 맡겨두고

손쉬운 것부터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그러면 남아 있는 삶도 후회 거리가 없는 희망찬 삶이 되지 않겠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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