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서 본 생각거리(2)
‘마침내, 끝.’이라는 종(終)은 ‘4계절의 끝은 겨울이듯이
바느질의 끝은 실로 매듭지을 때’ 임을 의미한다.
바느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한 작업이다.
낮에는 농사일 등 살기 위한 일에 치여 짬을 못 내다가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다 한 다음
그때야 바느질에 들어간다.
아낙은 밀려오는 졸음을 꾹 참으며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바느질을 한다.
며칠을 씨름하고 어느 날 밤 이슥한 때에
실로 매듭지을 때가 온다.
마침내 끝이다.
침침한 방구석에서 호롱불에 의지하여 바느질을 시작할 때는
언제 끝나나 하던 일거리가 드디어 끝이 났다.
누가 그 후련함, 성취감을 흉내 낼 수 있겠는가?
바느질, 아니 모든 일의 끝은
기다림의 보상이다.
정성의 결과이다.
주역에는 무성유종(无成有終)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루는 것이 없어도 끝은 있다.’이다.
이 말은 여성의 특성을 설명할 때 종종 쓰는 말이다.
주역에서는 여성의 특질을
‘처음은 없고 끝은 있다(무초유종, 无初有終)).’라고 설명한다.
무초유종이나 무성유종이나 의미는 대동소이하다.
여성은 처음부터 이루려고 매달리면
질투심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니
처음은 이루는 것이 없음을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또한 그렇게 초반에 있는 듯이 나서지 말고
바느질하듯이 조용히 할 일을 한다면
반드시 기다림의 보상과 정성의 결과를
얻을 것이니 안심하라는 뜻이다.
이 말은 여성은 처음에는 시시하게 나서지만
끝은 있게 하는 강점이 있으니
그 강점을 믿고 용기를 가지라는 의미이다.
나는 남성이어서인지 이 말에 전적으로 수긍이 간다.
남성들은 여성들과 달리 처음엔 거창하게 출발하지만
끝은 마무리할 때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초반인 양 벌리기 바쁘다.
오죽하면 과부는 은이 서 말이고
홀아비는 이가 서 말이라는 속담이 나왔겠는가?
이제 나이가 들수록 나는 마무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함을 종종 느낀다.
마무리를 잘못한다고 늘 지청구를 당하는 남성들이여!
천 리 앞만 보려 하지 말고 한 치 뒤를 보라는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오늘도 집사람으로부터 한 말 들었다.
“가스비, 전기세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데
당신은 화장실 불도 안 끄고 나오지 않나?
밖으로 나갈 때 등을 환하게 켜 놓고 나가지 않나?
좀 뒤를 보고 마무리에 신경을 써야지,
참말로 마무리는 젬병이니…!”
나는 들어도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한다.
매번 되풀이되는 집사람의 잔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