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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원갔다가 12kg 찌운 썰

굶으면 날씬해질 줄 알았니?

by 일보접근

당시 옥주현이 소속되어 있는 ‘핑클’이라는 아이돌 그룹이 엄청난 인기가 있었던 탓에 그녀의 발언은 크게 화제가 됐다. 너도나도 그녀처럼 단식으로 살을 빼고 싶다며 인터넷이 시끌시끌했다.


‘그래. 이번엔 단식원이다!’


연예인의 언급 한 번으로 단식원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들끓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매스컴의 힘이란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원장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이 나에게 안심을 줬다. 혼자서 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겠지만, 여럿이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덜했다. 과감히 입소를 결정했다. 비용은 1주에 70만 원, 2주엔 파격 할인이 적용되어 110만 원이라고 했다.

일단 1주만 해 볼까 싶어서 우물쭈물하는 나를 보며 원장이 말했다.


“아가씨는 2주짜리야. 하라는 대로 따라와 봐요. 단식 끝나면 바로 애인 생겨.”



내 머릿속엔 오직 숫자 ‘14’만 선명했다. 14일만 채우면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그 희망으로 버텼다. ‘소리 없는 외침’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말처럼, ‘움직임 없는 몸부림’을쳤다. 두 번째 보식이 다가왔다. 어제보다 는 건더기가 간간히 보였지만 씹을 새 없이 물처럼 넘어가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러고는 대망의 퇴소 날을 맞이했다. 눈뜨자마자 체중을 재니 -7kg. 14일 만에 -7kg이라니! 약으로 뺀다고 해도 두달은 걸려야 빠지는 숫자였다. 비용은 효과와 비례하는 법.단식원에 갖다 바친 110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순간이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단호박죽 식사를 끝으로 잽싸게 짐가방을 챙겼다. 종착지는 이 한 그릇이었나 싶어, 피식 웃음도 났다.


택시 기사의 “도착했습니다.”라는 말에 깨어 보니 정말집 앞이었다. 달린 건 택시인데 힘든 건 내 몸이었다. 무겁지도 않은 짐가방을 들고 간신히 엘리베이터를 탔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니, 가족들은 언제나처럼 TV를 보고 있었다. 나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몰라보게 날씬해진 탓인지 나를 보는 눈빛이 예전과는 달랐다. 으쓱하며 거실로 들어섰는데 오빠의 순진무구한 질문이 이내 나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단식원 갔다더니, 안 간 거야?”


이 초췌하고 청초한 얼굴을 보고도 몰라서 묻는 건지, 아니면 놀리자고 일부러 저러는 건지 싶어 힘껏 쏘아봤다. 하지만 언제나 가감 없이 보이는 대로 말하는 사람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였다. 그의 말엔 팩트가 반드시 들어 있다. 정확했다. 체중계 위에서만 -7kg였을 뿐, 굶어서 뺀 겉모습은 대단히 달라지지 않았다.


저 멀리 어디선가 짜장면과 탕수육이 나와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벨 소리가 울렸다. 일요일엔 집밥 먹기 싫다며 오빠가 시킨 음식들이었다.


“네가 먹을 복은 있어, 그렇지?”


배달 타이밍에 딱 맞게 도착한 나의 먹을 복에, 가족들이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단식은, 가족들과 오붓하게 중국 음식을 먹으며 실패로 끝냈다. 3일 만에 고스란히 원래의 체중으로 복귀했으며, 폭발적인 식욕은 덤이었다.일주일쯤 되자 단식하기 전보다 5kg이나 증가했다. 요요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7kg 감량된 것까지 합산하면총 12kg을 단기간에 찌운 것이다.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한 걸까? 남은 것은 만신창이가 된 마음과 텅 빈 통장, 그리고 더 커져 버린 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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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https://youtu.be/8N3tDciBL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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