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날씬하고 싶었다.

그렇담 이번엔 한약이지!

by 일보접근

한약

그렇다면 주종(酒種)을 바꾸면 되는 일이었다. 계기는 오랜만에 만난 선배 언니와의 식사 자리에서 마련됐다. 그녀는5살이나 어린 나보다 훨씬 앳되고 가녀린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런 그녀를 보자 나의 다이어트 하소연은 의자에 엉덩이를 대기도 전에 시작됐는데, 그녀는 격한 공감을 해 주더니 지갑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너 그럼 한약 먹어 볼래? 난 그걸로 뺏거든.”


그녀가 들이민 것은 한의원 명함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오래된 트로트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우리 몸엔 우리 것이지, 남의 것을 왜 찾느냐.”


왠지 한약이라면……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살을 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심지어 그동안 먹었던 양약은, 나와는 국적이 달라서 내 몸을 몰라준 게 아닌가도 싶었다. 머릿속으로 여러 정황을 살폈을 때 내 몸은 한약이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근거가 한참 부족한 결론을 내리고는 과감히 한의원으로 향했다.



한의사는 체중을 재고, 손목의 맥을 짚어 보더니 나더러 태음인이랬다가, 태양인이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국엔 태양인으로 결론이 났는데, 그간 지구인으로만 살아온 나에게 새로운 호칭도 생기고 뭔가 신비로웠다. 그러고는 한자를 진료 차트에 써 가며 어려운 설명을 늘어놨는데, 내용인즉슨 이랬다.

“뚱뚱한 원인은 당신 탓이 아니고, 당신 몸의 어느 부분이 순환이 잘되지 않아서 독소가 쌓여 그것이 지방으로 축적되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 독소를 제거해 줘야 날씬해진다는 원리였다. 매우 그럴싸했다. 특히 내 탓이 아니라는 대목에서 엄청난 위로가 되었다.12개월 할부로 결제했다. 3개월은 먹어 줘야 요요도 없이 지낸다기에 과감히 3개월 패키지를 선택했더니 금액이 상당했다. 역시 미모라는 것은 의지로 될 일이 아니었다,돈으로 만드는 것이지.



한약 역시도 시간이 흐를수록 양약과 비슷한 결과였다.약을 먹으면 식욕이 잠잠하다가, 약을 멈추는 순간 내 의지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야금야금 살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연어에게 귀소본능이 있듯, 혹시 내 살에도 그런 본능이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배, 허리, 팔뚝 살들은 귀신같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와 종족 번식을 위해 수만 마리의 알을 낳고 장렬히 죽는 것처럼, 이 살들도 나에게로 반드시 돌아와서 지방세포를 늘려 놓고 가야 하는 숙명인 걸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나의 체중은 다이어트 시작 전의무거운 체중으로 돌아와 있었다. 복리 이자까지 붙은 건지 처음보다 4kg이나 불어난 72kg이었다. 중년 아줌마보다도 뚱뚱한 몸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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