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년 간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영업과 마케팅으로 근무를 했었습니다. 실적이 매번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수사원으로 선정되어 일본에 6개월 간 장기 연수도 가보고 임직원들 앞에서 성공사례 발표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회사 생활 마지막은 좋지 않았으며 재직 내내 불안 속에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재직할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여유도 없었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도 주변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퇴사 후 3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그리고 제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제 과거를 되돌아보니 왜 제가 그렇게 회사 생활에 적응을 못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저는 13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며 회사 생활의 보람을 제 자신에게서 찾은 것이 아닌 '외부'의 영향력에서 찾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누가 나를 잘 봐줘서 칭찬해 주면 기뻐하고, 우수사원으로 선정되면 의기양양해하고, 다른 이들의 눈에 들기 위해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거나, 진급에서 누락되거나 하면 스스로 우울감에 빠졌고 제 능력이 이것밖에 안되는지 스스로를 자책하다가 결국에는 외부로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이 반복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에게 평가를 낮게 준 팀장을 원망하게 되고, 저는 진급시켜 주지 않은 임원들을 원망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매 해 인사시즌만 되면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졌고 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으면 우울감에 빠져 상실감이 커졌던 것 같습니다.
오롯이 저의 인생에 대한 판단을 남에게 맡기고 의존하다 보니 당연히 제 중심을 찾기 어려웠고 그저 다른 사람들, 특히 평가자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일이 무엇 일지만 고민하고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웃고 울었던 시절이 지난 13년 간 반복되지 않았나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제 일이 잘 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강하게 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고,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없었고, 그저 그냥 그렇게 남들이 하듯이 임원들의 눈에 들기 위해 살았던 시절이 제 직장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회사를 나와 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제 본연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잘 보일 일도 없고, 과감하게 다른 사람의 부탁에 '아니요'라고 얘기할 수 있고, 제가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보니 그래도 재미있게 퇴사 후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일의 재미와 성장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나의 인생에 대한 판단을 회사에 맡겨버리면 외부의 상황에 쉽게 흔들리게 되지만, 내 속에서 그 과정을 찾아나가다 보면 흔들리는 때도 있겠지만 금방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회사 생활할 때 깨달았다면 아마 이전과는 다른 생활을 했을 테지만, 퇴사 후 지금에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도 본인의 삶에 대한 가치를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존하지 마시고, 스스로 만족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실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