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시장의 냉정한 가격표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by 닥짱

"3천만 원으로 제네시스를 살 순 없습니다" 이직 시장의 냉정한 가격표를 욕먹을 각오하고 알려드립니다.

헤드헌터로서 수많은 지원자와 기업을 연결하다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냉혹한 '자본주의의 불문율'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입니다.

많은 지원자가 채용 공고(JD)를 보고 "이 정도면 내가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며 지원 버튼을 누릅니다. 하지만 결과는 침묵, 혹은 불합격 통보입니다. 왜일까요? 기업이 원하는 기준과 지원자가 생각하는 본인의 역량 사이에 거대한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헤드헌터의 시선에서, 이 불편한 진실을 조금 적나라하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채용의 본질: 기업은 '현상 유지'를 위해 채용하지 않습니다.

지원자분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JD에 적힌 요건들을 보니 내가 해봤거나 할 수 있는 일들이니 합격 가능성이 있겠지?"

죄송하지만, 틀렸습니다.

기업이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현재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 중간 이상'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들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Up-leveling' 인재를 원합니다.

기존 조직원들과 유사한 수준이라면 굳이 비싼 채용 수수료와 온보딩 비용을 들여 외부에서 영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 JD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일뿐, 실제 합격선은 그보다 훨씬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2. 시장 가치의 객관화: 제네시스와 3,000만 원

이 상황을 가장 쉽게 비유하자면 자동차 구매와 같습니다.

3,000만 원의 예산(나의 현재 역량/커리어 자산)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이 예산으로는 아반떼나 K3를 사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매장에 가서 제네시스(탑 티어 기업/높은 처우)를 달라고 합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금방 깨닫습니다. 가격표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 내 돈으로는 안 되는구나" 하고 발길을 돌리거나, 돈을 더 모읍니다.

하지만 이직 시장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경력이 시장에서 얼마의 가치로 매겨지는지, 내가 가고 싶은 그 회사의 합격선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한 데이터로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지원자가 '살 수 없는 차'를 사러 갔다가, 거절당하고 마음의 상처만 입고 돌아옵니다.

3.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Solution)

막연한 희망 고문 대신, 냉철한 '자기 객관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들어갈 수 있는 집'을 먼저 분석하십시오.
단순히 JD 텍스트만 보지 마십시오. 링크드인을 통해 해당 기업에 현재 재직 중인 사람들의 프로필을 찾아보십시오.

그들이 어떤 커리어 패스를 밟았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경험했는지 확인하십시오. 그들의 평균치가 바로 진짜 커트라인입니다.

Gap(격차)을 인정하고 전략을 수정하십시오.
나의 현재 역량(3,000만 원)으로 제네시스를 사려면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 Option A: 부족한 예산을 채울 '대출'을 끌어오십시오. 즉, 직무 관련 자격증, 사이드 프로젝트, 혹은 탁월한 성과 데이터로 부족한 연차나 학벌을 메울 *특수 무기'를 장착해야 합니다.
* Option B: 현실적인 타겟팅으로 우회하십시오. 지금 당장 제네시스가 안 된다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나타' 급 기업으로 이직하여 커리어의 몸값을 불린 뒤, 3년 후를 도모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전략입니다.

결론: 이직은 '쇼핑'이 아니라 '비즈니스 딜'입니다.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는 안일한 생각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기업은 자선 단체가 아니며, 채용은 철저한 투자 행위(ROI)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자본금(역량)이 얼마인지 냉정하게 계산하십시오. 그리고 그 자본금으로 살 수 있는 최상의 매물이 어디인지 파악하십시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진짜 커리어 관리는 시작됩니다.

오늘 제 글이 누군가에게는 아픈 '가시'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제가 욕먹을 각오로 이 냉정한 현실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안 될 게임'에 소중한 시간과 자존감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부족한 예산을 채울 '무기'를 준비해서 결국엔 원하시는 제네시스를 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질 여러분의 커리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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