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은 왜 한국에서 '배신'이 되었을까? : At-will과 가족주의 사이
최근 제가 엮은 전자책을 나눔하며 많은 분과 소통하다 보니, 여전히 '이직'이라는 단어 앞에서 묘한 부채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이직은 단순한 직장 이동을 넘어 종종 '우리'를 저버린 '배신'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또한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이직 횟수>, <근속 연수>를 기준으로 서류 스크리닝을 하고 있습니다.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이직에 이토록 무거운 정서적 꼬리표가 붙는 걸까요?
1. '우리'라는 울타리와 '배신자'라는 낙인
한국의 기업 문화는 오랜 시간 유교적 가치관과 대기업 공채 중심의 '가족주의'에 뿌리를 두어 왔습니다. 회사는 단순히 일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였고, 그 안에서 '충성심'은 가장 큰 미덕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퇴사는 곧 '가족을 버리고 나가는 행위'가 되었고, 남겨진 이들에게 떠나는 이는 '배신자'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2. 미국의 'At-will' : 비즈니스적 계약의 냉정함
반면, 제가 가이드에서도 언급했던 미국의 'At-will(임의 고용)' 문화는 철저히 비즈니스적 계약에 집중합니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원하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이 문화권에서, 이직은 '배신'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몸값을 올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비즈니스 제안'입니다. 이는 고용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오로지 서로의 이익에만 초점을 두고 있기에 자유롭게 이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이제는 '사다리'가 아닌 '정글짐'의 시대로
하지만 이제 한국 시장도 변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공채라는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나머지 기업들까지 비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수시 채용이 일상화된 지금, 기업은 '가족'이 아닌 '함께 성장할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분위기는 느리지만 천천히 확대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직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선택하는 '탈출(Escape)'이 아닙니다. 나만의 'Job DNA'를 찾아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성장(Growth)'의 과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는 '우리'라는 따뜻한 울타리가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이제는 그 울타리를 넘어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프로들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떠나는 동료에게 '배신자'라는 시선 대신, 새로운 정글짐의 칸으로 손을 뻗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줄 수 있는 문화.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성숙한 채용 시장의 모습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