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지금이 맞을까

by 닥짱

— 일요일 밤마다 검색창을 여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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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열 시쯤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금요일에 그렇게 홀가분하던 사람이, 왜인지 주말 마지막 시간이 가까워지면 링크드인과 잡포탈을 번갈아 켜고 있다. '내 연봉이 낮은 건 아닐까.' '저 회사는 분위기가 어떨까.' '나 같은 연차에 얼마나 받을까.' 열어둔 탭이 다섯 개쯤 쌓이면, 그제야 한숨이 길어진다. 결국 다시 닫고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에는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사무실로 간다.


이게 나 혼자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얼마 전 리멤버와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렸는데, 응답자 열 명 중 일곱 명이 "지금 이직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정확한 수치는 69.1퍼센트. 생각해보면 별로 놀라운 숫자도 아니다. 주변에 가까운 동료 세 명만 떠올려봐도 그 중 둘은 최근 이력서를 정리해봤거나, 적어도 헤드헌터 메시지에 답장을 고민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숫자 앞에서 두 가지 감정이 같이 올라온다. 하나는 안도감. '아,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 다른 하나는 조금 더 무거운 불안이다. '그런데 저 중에 정말 움직이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어느 쪽이어야 하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흔들리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지금 일하는 자리의 바닥이 조금씩 꺼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AI가 업무를 먹어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졌고, 기업의 거의 네 곳 중 세 곳이 채용 방식 자체를 새로 짜고 있다. 대기업 신규 채용 중 정규직 비중은 이제 2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연봉 협상이라는 것도 허망하다. 올해 재직 중 협상을 끝낸 직장인의 평균 인상률은 4.6퍼센트였는데, 물가를 빼고 나면 사실상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니 '옮겨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문제는 생각이 드는 것과 움직이는 건 다른 층위의 일이라는 점이다.


흥미로운 건 바깥 시장이 말라붙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업 쪽 조사를 보면, 응답 기업의 74.5퍼센트가 올해 채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고 했다. 다만 원하는 사람이 달라졌을 뿐이다. 요즘 기업이 가장 찾는 조합은 '4~7년차 경력직에 AI를 실제 업무에 써본 사람'이다. 대량 공채의 시대가 조용히 저물고, 적게 뽑되 제대로 쓸 사람을 고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시장이 얼어붙어서 안 된다'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시장은 열려 있다. 다만 문이 좁아졌고, 문을 지나려면 전보다 많은 것이 필요해졌다.


그럼 움직이는 게 정답일까. 숫자만 놓고 보면 그렇게 보인다. 지난해 기준 이직 시 평균 연봉 인상률은 7.5퍼센트, 재직 중 협상은 4.6퍼센트였다. 2.9퍼센트포인트의 차이. 연봉이 5000만 원이라면 연간 약 145만 원, 10년이면 이자 없이 계산해도 천만 원이 넘는 돈이다.


그런데 이 숫자의 뒤편에 잘 안 보이는 이야기가 있다. 이직한 사람 중 일부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움직인다. 한 번의 재이직은 연봉 상승분을 한 번에 까먹는다. 이력서에는 짧은 근속이 줄지어 찍히고, 다음 이직에서는 서류를 통과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통계가 보여주는 7.5퍼센트는 '잘 이직한 사람들'의 평균이지, '이직한 사람 모두'의 평균이 아니다.


그러니까 물음은 '이직을 할까 말까'가 아니라, '나는 잘 이직할 준비가 되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움직여도 되는 신호가 있다. 나는 이걸 세 가지로 본다.


첫째, 1년째 배움이 멈춘 느낌이 든다.


새 업무도, 새 프로젝트도, 새 사람도 없이 익숙한 루틴만 반복된다. 편안함은 성장의 반대말이다. 이 구간이 길어지면, 경력의 두께가 아니라 기간만 쌓인다.


둘째, 시장가보다 현재 연봉이 한 해치 넘게 뒤처져 있다.


잡플래닛이나 리멤버로 동일 직무의 시세를 찾아보면 금방 나온다. 10퍼센트 이상 낮으면 개인의 협상력으로 메우기 어렵다. 구조적으로 저평가된 자리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보정되지 않는다.


셋째, 일요일 밤이 괴롭다.


월요일 아침이 두려운 게 아니라, 일요일 오후부터 몸이 먼저 무거워진다면 이미 번아웃의 초입이다. 건강이 무너지기 전에, 환경을 바꾸는 것이 가장 싼 비용이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이 해당된다면, 진지하게 움직일 타이밍이다.


반대로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신호도 분명히 있다.


현 직장에 1년도 채 근무하지 않았다면, 이직 서류에서 가장 먼저 걸린다. '또 금방 나갈 사람'이라는 인상을 지우는 데 드는 비용이 기대 이상으로 크다. 숫자로 입증할 성과 한 줄이 없다면, 이력서는 쓰기 전에 먼저 비어 있다. AI를 업무에 써본 구체적인 사례가 없다면, 2026년 채용 시장에서 서류가 서류대로 필터링될 확률이 높다.


'지겹다'는 하나의 이유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음 직장에서도 같은 지겨움이 반복된다. 이건 이직이 아니라 회피다.


그럼 언제 움직이는 게 유리할까. 통상 채용 성수기는 3~5월, 그리고 9~11월이다. 성과평가가 끝난 직후가 특히 좋다. 이력서에 '작년에 이런 숫자를 만들었다'라고 쓸 수 있어야 무기가 생긴다. 연말정산을 끝내 자금의 여유가 있고, 기업도 채용 예산을 집행하는 시기가 이 구간과 겹친다.


다만 시즌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좋은 자리는 시즌과 무관하게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래서 진짜로 필요한 것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게 준비다. 네 가지만 체크해두면 된다.


하나, 내 기여를 숫자로 쓸 수 있는가. 매출, 절감, 전환율, 리드타임 단축, 무엇이든 좋다. 숫자가 없으면 이력서는 감상문이 된다.


둘, 동일 경력의 시장가를 알고 있는가. 모르면 협상 테이블에서 말려든다.

셋, AI를 업무에 써본 구체 사례 두 개 이상이 있는가. 하나는 우연이고 둘은 패턴이다.

넷, 3개월치 생활비와 인수인계 타임라인이 준비되었는가. 퇴로가 있어야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이상한 걸 깨달았다. 사람들이 진짜로 고민하는 건 "이직할까 말까"가 아니라, "내가 이직을 선택해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자격 검증의 문제에 가깝다는 것. 그래서 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만 반복하고, 정작 움직이지는 못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저 네 가지 체크리스트가 채워진 사람에게는, 굳이 '지금이 이직 타이밍인가'를 묻지 않아도 괜찮다. 그 사람은 어느 시점에 움직이든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오히려 문이 열렸을 때 들어갈 수 있는 쪽에 서 있게 된다.


결국 이직은 결정의 문제가 아니다. 준비의 문제다.


오늘 밤에도 검색창을 열게 된다면, 이력서를 한 줄만 고쳐보길 권한다. "나는 어떤 숫자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의 답 한 줄. 그 한 줄이 준비의 시작이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언제든 지금이 맞는 타이밍이니까.


이 글에 인용된 수치는 2026년 3월 리멤버·잡코리아 직장인 설문과 서치라이트 2026 채용 트렌드 리포트, ZDNet Korea의 2026 채용 트렌드 기사, 인크루트·헤드헌터 윤재홍 2026 연봉 지수 등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개별 상황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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