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유산보다는 위대한 유산을
나는 너희에게 무엇을 남겨 줄 수 있을까.
가진 게 많지 않아 그리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건만, 그래도 나는 너희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것이 무얼까를 계속해서 생각해.
작금의 시대엔 너희에게 건물 한 채 씩을 주고 싶은 마음. 시대는 변했고, 부(富)는 고착화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의 선이 그어져 있어. 그러니, 건물 하나씩 정도는 물려주어야 좋은 아빠가 되는 세상임을 부정하진 못하겠다. 아마도 너희들이 사춘기나 목돈이 필요한 인생의 어느 즈음, 왜 아빠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주지 않았을까를 원망할 날이 올지도 몰라. 솔직히 아빠도 많이 어려웠던 젊은 시절, 그런 철없는 생각을 했던걸 고백해.
하지만 그런 불평을 하느니 내가 뭐라도 하나 쟁취하려 했던 그 시간들이 소중하단 걸 알았어.
물론,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가지지 않은 사람에겐 용기란 게 생겨나. 그게 없으면 그저 주저앉아 있어야 하니, 거기서 일어나느냐 앉아 있느냐는 오롯이 각자의 몫.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저 물려받은 건 어머니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마음이었어. 용기가 필요했던 내게 그 긍정적인 에너지는 지금 너희들을 만나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지금을 만들어 주었고.
나는 너희에게 '막대한 유산' 보다는 '위대한 유산'을 주고 싶단다.
금전적인 얼마간의 유산은 있겠지만 그것이 막대할지는 모르겠고, 상속세는 올라만 가니 큰 의미는 없을 거야. 그래서 난 너희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단,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려 해. 내가 없더라도 너희 각자의 삶을 강하고 멋지게 꾸려갈 수 있도록.
자, 여기 아빠가 너희에게 주고 싶은 유산 목록들이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무엇일까?
돈? 명예? 가족? 행복? 아니. 가장 중요한 건 너희들 자신이야. 앞에 열거한 것들은 너희가 존재하지 않으면 다 부질없는 것이 되지. 아빠는 너희보다 좀 더 인생을 살아오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란 걸 마침내 깨달았어. 생각보다 늦게 깨달았지. 우리나라와 문화, 사회는 나를 잃어버릴 만큼 다른 무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거든. 예를 들어 조직이나 공동의 목표, 돈, 여행, 비전, 지식, 가족 등. 하지만 그것들이 너희들을 책임져 주진 않아. 가족마저도 너희의 아픔과 미래, 그리고 인생을 어떻게 해줄 순 없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영혼마저 함께 있는 존재는 나 자신이란 걸 잊지 마.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생각보단 쉽지 않단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에 실망하고, 나도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할 때. 누군가와 이별하고, 또 누군가와 비교되어 나 자신이 초라해질 때가 있거든. 그럴 땐 내가 나를 파괴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어. 하지만 잊지 마. 그것마저도 내가 나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생겨나는 감정이란 걸.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할 때, 내가 나를 사랑하기가 힘들 땐 우리 식탁에 놓여있던 명언 카드에 쓰여있는 말을 기억해.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 혜민 스님 -
아빠는 아빠의 어머니로부터 긍정적인 성격과 생각을 물려받았어.
아무것도 없던 내게, 그것은 무언가 가슴 충만한 에너지였지. 덕분에 아빠는 가진 게 없었지만 가슴을 펴고 걸었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수많은 것들에 도전하고 성취하기를 반복했어.
하지만, 그러한 긍정적인 생각이 항상 통하지는 않는다는 걸 사회에 나오면서 깨달았어.
학생 때는 가능성을 봐주고 기다려주는 기간이었지만, 사회는 당장에 성과를 요구하는 곳이거든. 그리고 그 성과는 제로섬(Zero-Sum)과 같아서 내가 남의 것을 빼앗아야 하거나, 내 것을 빼앗기지 말아야 하는 약육강식의 형태를 띠고 있어. 드러나는 게 좋지만, 때론 드러내야 하는 순간도 필요하고 때론 남보다 앞선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해. 그러니, 마냥 좋아질 거란 긍정적인 생각만으론 세상 살기가 힘들어.
그럴 때 필요한 게 냉철한 이성이야.
그저 잘 되겠지... 란 생각은 긍정의 탈을 쓴 포기야. 아주 무책임한 생각이지. 순간을 회피하고 싶은 주문에 지나지 않아. 미래를 비관하고 불안해하는 건 무조건 나쁜 게 아냐. 사람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주변을 살피고 미래를 걱정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원시 시대 때, 맹수나 자연재해와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아 온 우리에게 남겨진 집단 무의식인 거지. 그러니, 위험이 다가오는 때에 머리만 땅 속에 박고 나아질 거라 생각하는 타조와 같이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해. 좋지 않은 생각도, 현실도, 상황도 받아들이면서 그렇다면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냉철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해.
그러기 위해선 어려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단다.
내가 나로부터 몇 걸음 떨어져서 CCTV로 자신을 보는 것처럼. 메타인지가 필요한 순간인 거지. 왜 우리가 남의 고민을 들어주다 보면 쉽게 조언을 해주게 되잖아? 감정이 배제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맞이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인지했다면, 그리고 그에 맞는 나의 전략 방법을 정했다면 그 순간부턴 긍정의 힘을 믿고 나아가는 거야!
냉철함이 긍정의 힘을 만날 때.
그것의 시너지는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가져다 줄 거란 걸 아빠가 보증할게!
'No Look Pass'는 스포츠 용어지만, 우리나라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한 단어로 압축한 단어이기도 해.
어떤 정치인이 자신의 직원을 하대하듯, 공항에서 나오며 캐리어 가방을 쳐다도 안 보고 굴려버린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가 선명하게 비쳤거든.
한국전쟁 이후의 고성장과 한국인 특유의 유교문화는 많은 부분 삶에 도움을 주어지만, 그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아.
졸부가 되어버린 사람, 앞뒤 안재고 자기보다 가지지 못한 사람이나 어린 사람을 하대하는 사람 등. 그것이 잘못인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앞서 너희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했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들 스스로 아주 귀하고 소중한 사람들인 거야.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는, 결국 사람에 대한 배려의 결여에서 나오는 것이지.
아빠는 다른 사람에게 배려 없이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영혼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생각해.
안타까운 건 그럼에도 갑질을 일삼는 사람이 잘 사는 것을 볼 때야. 그럴수록 승승장구하고 더 많은 재산을 모아가는 모습을 보며 신을 원망할 때도 있거든. 하지만 그러한 생각마저 나 자신에겐 도움이 되지 않아. 차라리, 아빠는 다른 이를 배려하고 소중한 사람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게 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야. 물론, 나와 잘 맞지 않거나 나를 괴롭히는 사람에게도 그러한 마음 가짐을 갖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하지만 그 노력의 과정엔,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위대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아차릴 날이 올 거야.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단다.
행복이 무엇일까란 질문에 대한 답은 잠시 뒤로 할게. 행복의 가치는 정의할 수도 없고,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이며 상대적이면서도 절대적이기 때문에. 하지만 너희도 행복하다란 생각이 들 때가 분명 있었을 거야. 그럼 된단다. 행복이 무엇인지 굳이 정의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면, 알아차릴 수 있다면 돼.
하지만 동시에 행복은 순간임을 인정해야 한단다.
'지금'을 지금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지금'은 이미 지나간 것이 되듯이, '행복'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행복'은 이미 지나쳐 가. 그래서 사람들은 그 '행복'을 좀 더 누리려고 또는 그것을 다시 느끼려고 아등바등해.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일인지는 살아가면서 조금씩 깨닫는단다. 중독과 미련, 어리석은 결정과 나도 내가 이해되지 않는 많은 행동과 다짐들이 모두 행복이 순간임을 인정하지 못하여 생겨나는 것들이란 걸.
고대 철학자들은 내가 지금 만진 강물은 같지 아니하며, 그와 같은 강물은 다시 만질 수 없다고 했어.
이미 흘러간 강물, 그 손을 담가 느끼는 나의 감정이 절대 같을 수 없는 거지. 행복도 마찬가지. 지금 느낀 이 순간의 행복은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그저 그것을 오롯이 즐기고 다음에 있을 행복을 위해 묵묵히 나아가면 돼.
하나 감사한 것은, 너희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하므로 지나간 행복에 대한 미련보다는 앞으로 올 행복이 더 기대된다는 것.
우리, 그렇게 같이 계속해서 행복하자!
돈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아주 소중하단다.
이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거야. 하지만, 그것이 왜 중요한지, 왜 많아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벌고 써야 하는지는 매 순간 고민해야 할 숙제야.
예전엔 돈보다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더 중요하단 인식이 있었어.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지.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란 말도 있어. 즉, 돈이 있어야 마음의 여유가 있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인심도 나온단 거지. 맞아. 사실이야. 정말 그래.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말이지만, 어디 요즘 재해석되는 아래 말을 한 본 볼까?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만큼의 돈이 없는 건 아닌가 되돌아봐야 합니다.
아빠는 이 말에 100% 동의해.
행복이란 기본적인 삶의 토대에서 피어날 수 있는 꽃이야. 당장 배가 고파 굶어 죽을 상황이라면 행복을 느끼기가 거의 불가능해. 하지만 돈이 무한으로 있다고 해서 그것이 행복을 보장하거나, 배가 시켜주는 것도 아니지. 결론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해. 우리 가족이 사는 집, 너희들이 가는 학교, 즐거운 가족여행 등. 아빠와 엄마의 노동으로 치환된 돈으로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 돈의 가치를 인정하고 추구해야 해.
그거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나, 가치는 인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돈은 어떻게 생겨나서 어디로 흐르는지를 볼 줄 알아야 해. 사람들이 출근하는 이유, 내가 사는 제품이나 물건, 서비스들이 왜 생겨났는지 등. 왜 사람들이 돈에 울고 웃는지도.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을 한 번 읽어보렴.
막대한 유산을 받게 된 주인공 핍은 진심을 가진 사람들을 부끄러워하지만, 그 막대한 유산이 끝내 무산되었을 때 진정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단다. 그것이 찰스 디킨스가 말하고 싶은 '위대한 유산'이란 걸, 아빠도 너희에게 같은 의미를 전하고 싶어.
아빠는 요즘 세상을 인정하기에, 너희에게 어느 정도의 유산을 물려주려 노력하고 또 노력할 거야.
하지만, 아빠가 말하는 '위대한 유산'에 좀 더 신경을 써주렴. 그것이 너희의 마음과 머리, 영혼과 몸에 인박여 어렵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럴 거라 믿는다. 나의 아이들이니까.
아, 그리고 또 하나.
아빠가 주려고 하는 '위대한 유산'은 증여세나 상속세가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