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어서 바뀐 것들

그저 고마운 너희들에게

by 스테르담
아빠의 꿈은 아빠


아빠의 꿈은 '아빠'였단다.

물론, 그 앞에는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다는 것도 항상 잊지 않아 왔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아빠'가 되고 싶다는 열망. 그것은 오롯이 결핍에서 온 것이었단다. 사람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애착이 큰 법이거든. 그래,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아빠의 아빠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아빠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


기억만 없었다면 그런 미련이 더 커지진 않았을 거야.

큰 울타리, 경제적 기둥, 인생관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영웅의 부재. 어린아이의 눈에, 슈퍼히어로보다 더 멋있는 한 남자를 잃고 그 없이 살아왔으니 그 허전함과 서러움이 더했던 거야. 그래서 결심한 것 같아. 슈퍼히어로가 아니어도 좋으니 그저 나의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주겠노라고.


아빠의 꿈이 '아빠'였던 이유란다.


남자에서 아빠로


너희들의 탯줄을 자를 때.

비로소 아빠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남자에서 아빠로 태어났음을 실감했어. 인생은 결국 역할극이란다.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세상이 원하는 역할에 맞추어 살아가야 해. 그러는 과정이 쉽지는 않아. 그 가면이 나에게 잘 맞으면 더할 나위 없이 세상 사는 게 행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거든. 그러나 다행히도 '아빠'라는 가면 즉, 그 역할은 바라고 바라 왔던 일이었기에 정말로 행복했단다. 그래서 너희에게 항상 고마워. 너희가 없었다면 아빠는 꿈을 이루지 못했을 테니까.


한 가지 걱정되었던 건, 내가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란 불안이었어.

처음 맡아보는 역할. 되돌릴 수 없는 배역. 마치 생방송과 같이 흘러가는 우리의 삶. 바라고 바라던 일들이 막상 나에게 일어나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구나란 교훈을 얻은 순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아마도 너희에게 많은 실수를 하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순간을 만들었던 것 같아. 많이 배웠단다. 더 많이 자책했고.


"아버지가 되기는 쉽다. 그러나 아버지답게 살기는 어렵다."

- 세링 그래스 -


너희들이 태어나 '아빠'라는 타이틀은 거머쥐었지만, 여전히 '좋은 아빠'인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곤 해.

이것은 아마도, 아빠의 평생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 물론, (무겁지만) 행복한 고민으로 말이야.


아빠가 되어 바뀐 것들


역할이 바뀌면 많은 것들도 바꾸어야 한단다.

분장, 외모, 대사 그리고 생각까지.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갑작스럽게 바뀐 역할 덕분에 좌충우돌하면서 그 변화를 하나하나 받아들여가는 것이 곧 아빠(를 포함한 엄마 즉, 부모)라는 숙명이니까.


첫째, 선택의 기준이 바뀐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란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과거의 내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어. 물론, 내 선택과는 다른 삶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에서 오는 것이니 영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 결국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여 걸어온 길이나, 걸어오지 않은 길에서 오는 순차적이면서도 뒤죽박죽인 얄궂은 '운명'이라는 테두리에 있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분명한 건, 아빠가 되기 전과 후의 선택에 대한 기준은 분명 바뀌었다는 거야.

홀로 있을 땐 선택의 순간이 그리 어렵지 않았어. 나 하나만 건사하면 되는 조건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그 어떤 선택도 쉽지 않단다. 가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지.

하다못해 차 하나를 고르더라도 말이야. 아빠가 젊었을 땐 운전의 재미와 조금 불편하더라도 스타일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그것들보다는 승차감이나 가족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 젊었을 땐 아저씨 차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차를, 이제는 익숙하게 운전을 해. 과속 방지턱도 조심히 넘으면서.


둘째, 보다 의젓해진다.


아빠는 철이 없단다.

'철들었구나'란 말에서 '철'은 '사물의 이치를 분별할 줄 아는 힘이나 능력'을 말해. 그리고 대개 철든 사람을 보고 우리는 '의젓하다'라고 말하지. 살아오면서 아빠는 스스로 철들었다는 생각을 그리 많이 하지 못했던 것 같아. 실수도 많았고 후회할 일도 많았던 과거를 돌아보면 더 그래. 많은 것들을 배워왔지만, 한 번 했던 실수를 또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는 언제 철들까를 한탄하곤 했어.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선택의 기준이 바뀌어서 일까?

먹고사니즘의 고단함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상사의 스트레스 가득한 타박에도 쉽사리 사표를 쓸 생각을 하지 않아. 혼자였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하지만 아빠는 그러한 삶이 초라하거나 비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버텨야 우리 가족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행복에는 돈이 필요하다고 했던 말 기억하지? 그 덕분에 나는 의젓해질 수 있으니 힘들지만 오히려 감사할 수밖에. 철들고 싶다는 바람을 이루어 주기도 한 거니까. 사리 분별의 기준이 내가 아닌 가족이 되면서.


셋째, 감동인 순간이 많아진다.


요즘은 경제적인 이유, 팍팍한 삶의 현실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시대야.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인당 출산율이 최저를 기록하고 있어. 현재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적정 출산율이 2.1명인데 반해 이미 1명 이하로 출산율이 곤두박질쳤거든. 그래, 솔직히 말해서 출산과 육아가 그리 '당연하고' '쉬운 일'이 아니란다. 아니, 정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야.


그럼에도.

아빠는 너희들과의 만남을 세상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한단다. 현실적으론 너희들에게 들어갈 양육비와 교육비에 근심이 없는 건 아지지만, 어쩌면 그게 아빠의 삶의 원동력 아니겠니? 그렇게 어렵게 다 키워서 부모를 홀대하는 세상이지만 그런 걱정은 크게 하지 않으려 한단다. 아빠도 아빠의 어머니께 그리 잘하지 못하니까, 그것을 반성하면 너희들에게도 그리 섭섭하지 않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러한 불안과 근심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 것은 너희들과 보내는 시간이란다.

너희들의 웃음, 행복하다고 말할 때의 눈 빛.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감탄하는 목소리. 날로 발전하는 말투와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 그래, 얼마 전 목욕탕에서 아빠의 등을 밀어주던 너희는 아빠에게 감동 그 자체였단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침에 눈 뜨자마자. 또 잠들 때. 그리고 수시로 너희들을 안아 주는 이유가 뭔 줄 아니? 아빠는 그러하지 못해서. 한 남자가 아빠를 따뜻하게 안아줬던 기억이 없어서. 그리고 서툴더라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서.


비록, 아빠는 그 따뜻한 포옹을 어렸을 때 맛보진 못했지만 이제라도 너희를 안으며 그 따뜻함을 느끼니 너희에게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아빠가 되어 맞이하는 변화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고.


너희들에게도 언젠간 이러한 역할이 주어질 날이 올 수도 있을 거야.

그땐, 이 글을 다시 한번 더 읽어 보렴.


그리곤, 아빠보다 더 좋은 아빠가 되길 고민하고 또 고민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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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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