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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08. 2019

[기고 글]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사람이 우선, 다음도 사람

월간 신용사회에 기고된 글입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즐겁게 써 내려갔습니다.

직장인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법 자체가 없어지는 날이 오길 바라며.


직장은 사람들이 모여 일 하는 곳이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단순하게 적으니 직장생활이 그리 어려울 일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직장인들 대부분은 눈을 뜨자마자 오늘도 출근을 한다는 현실에 주눅이 들고 만다. 말 그대로 출근을 ‘해내는’ 만만치 않은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직장생활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하며 나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건대, 직장생활이 힘든 이유는 대개 ‘적성’이나 ‘인정(認定)’ 그리고 ‘사람’ 문제다. 그중에서도 ‘사람’은 단연코 직장생활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저자 강연을 다니면서도 사람 때문에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상담을 요청해온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놀라운 것은 그분들 중에는 나보다 직장생활을 더 오래 하신 분들도 있었는데, 어느 한 분은 내 앞에서 폭풍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직장생활이 쉽지 않은 이유를, 직장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하며 설명한다.


‘직장은 (회사 체질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하기 싫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곳’이라고.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서로가 민감할 수밖에.


있어서는 안 되는 갑질과 직장내 괴롭힘 등은, 자신의 억압된 스트레스와 감정을 비뚤어지게 표출하는 사람들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다들 힘든 존재인데, 자신만 힘들다며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성숙하지 못한 *내면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다.

(*내면 아이: 한 개인의 정신 속에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처럼 존재하는 아이의 모습/ 심리학 사전)


나를 지키며 일하기 위해선
내가 있는 곳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직장이란 곳은 서로가 예민한, 밥벌이의 고단함을 짊어지고 온 사람들이 모인 곳이므로 항상 아름답고 즐거운 곳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그렇지 못한 날들이 더 많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항상 햇볕이 쨍쨍한 날씨가 나를 맞이해야 하고, 나는 언제나 직장에서 인정과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처를 많이 그리고 더 깊게 받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현실에서 어떻게 나를 지켜낼까 고민하는 사람은 하루하루 성장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어떻게 나를 지키며 일할 수 있을까?

먼저 나에게 오는 스트레스의 방향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에 맞는 나만의 내공을 키워갈 수 있다. 

스트레스의 방향은 보통 세 갈래에서 온다. 


첫째, 위로부터.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일이다. 신입사원이나 주니어 시절에 주로 겪는 스트레스다. 재밌는 건 나의 상사도, 상사의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계는 끝이 없다. 사원부터 사장까지, 회장은 또 주주로부터 등.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둘째, 아래로부터.

물은 중력의 힘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중력을 거스르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어느 정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위에서만 오는 게 아니란 걸 어느 날 화들짝 알게 된다. 그것은 아래에서도 오는데, 그 정도가 위에서 오는 것 이상이다. ‘요즘 친구들’에게 받는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닌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것은 기업 조직문화의 큰 숙제가 되었다.


셋째, 옆으로부터.

스트레스가 위와 아래에서만 와도 힘든데, 이건 눈치 없이 옆에서도 온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주로 동기나 유관부서로부터 오는데 너와 나의 먹고사니즘이 걸린 관계다 보니, 주로 경쟁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스트레스의 방향은 잘 살펴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다. 스트레스에 짓눌려 그저 기분 나빠하거나 감정적으로 대하면 안 된다. 방향에 맞게, 나를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퇴근할 때마다 일을 던져주는 팀장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어떡하죠?

저자 강연 때 실제로 받았던 질문이다.

이 스트레스는 분명 위로부터다. 그런데 질문을 보면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 ‘누구누구 때문에 힘든데, 나 어떡해요?’란 질문은 너무나 수동적이다. ‘나’는 뒷전에 있다. 퇴근할 때마다 일을 던져주는 팀장은 ‘상수(常數)’, 나는 ‘변수(變數)’로 규정한 것이다. 변수는 상수에 따라 변한다. 나의 행복은 상수 즉, 팀장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가 퇴근할 때 일을 주면 나는 불행하고, 운이 좋게 일을 안 주면 나는 행복한 것이다.


답을 모를 땐 질문을 바꿔보는 게 좋다.

‘상황이 이러한데 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로. 그래서 그 팀장은 왜 퇴근할 때마다 나에게 일을 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퇴근할 때마다 나에게 일을 주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팀장이 퇴근 시간 즈음에 이르러 팀장의 상사에게 불려 가곤 하는 패턴을 읽을 수도 있다. 그 상사에게 호되게 혼나고 나온 팀장은 그 스트레스를 아래로 전가하거나 아니면 정말 자료를 보완해야 해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상황을 읽은 뒤 대응책을 세우거나, 요청하는 자료의 종류를 학습하여 미리미리 준비할 수도 있다. 메신저로 오늘 친구와 약속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팀장의 눈치만 보며 기다리는 주도적이지 못한 제자리걸음은 멈춰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로부터의 스트레스에 수동적인 피해자로 자신을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란 물음으로 성장의 기회를 찾는 것이다.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단 마음으로.

          

인사를 통 하지 않는 옆 부서 2년 차 직원. ‘인사 좀 하고 다녀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까 신경이 쓰입니다.

위로부터의 스트레스에 불만을 쏟아내자 보면, 어느새 시간은 흘러 후배를 맞이하게 된다.

후배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선배가 된다는 것이고, 직장내에서 중간이든 상위든 리더나 상사의 모습으로 변해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조금은 오른 월급엔, 위와 아래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모두 포함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위압적이라면, 아래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쓰라리다.

쓰라린다는 건 나를 죽일 만큼은 아니지만 영 신경이 쓰이는 고통이다. 그 쓰라림이 무서워 더 큰 일을 하지 못한다. 발톱 아래 가시는 죽을병은 아니지만, 우리를 뛰지 못하게 하거나 온 신경을 쏟아붓게 만들고 잠도 못 자게 한다. 옆 부서 후배가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가는 모습이 어느 날 나에겐 발톱 아래 가시가 될 수 있다. 큰 고통이라면 누군가에게 떠벌릴 수나 있겠는데, 보이지도 않는 가시에 대해 아프다고 누구에게 말하거나 드러누울 수 없다는 건 정말 억울한 일이다.


아래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서로의 과오이자,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후배를 혼내는 ‘꼰대’가 되어서도 안되고, 자신의 행동이 직장내에서 물의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역꼰대(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도 무조건 상대방을 꼰대라 생각하여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사람. -작가 주-)’가 되어서도 안된다.


요전 날, 업무 지시를 하면 아주 기분 나쁘게 반응하던 후배와 이야기를 나눴다.

업무 지시를 하면 하기 싫다는 감정과 표정이, 선명한 네온사인처럼 얼굴에 나타났던 후배.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고, 나는 나무람을 말하기 전에 섭섭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동안 혹시라도 나도 서운하게 한 게 있는지, 그렇다면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했는데 그 후배는 흠칫 놀라며 그런 거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더니 요즘 슬럼프도 온 것 같고, 애인과도 관계가 좋지 않아 힘들었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래서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자신에게 오는 모든 일에 짜증이 났던 건데 본의 아니게 그런 반응을 보여 죄송하다고. 스스로의 상황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인사를 하지 않는 옆 부서 직원.

우리 부서 직원도 아니고, 꼰대라는 소리 들을까 조언을 아끼지만 혹시라도 내성적인 성격인 건 아닌지 또는 한 번 인사할 타이밍을 놓쳐 주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차 한잔이라도 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 물론, 그 후배도 먼저 인사하는 선배가 있다면 그 상황을 재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선배가 먼저 인사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 인사를 고개만 까딱하거나 무성의하게 받아들였다간 돌아오지 못할 관계로 비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인사가 뭐 그리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사는 그 사람의 첫인상은 물론 끝 인상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본은 일단 지키고 보는 것이 맞다.  

                  

말이 통하지 않는 유관부서 담당자 때문에 짜증이 나요. 말 자체가 안 통해요.

직장은 KPI (Key Performance Index)로 굴러간다.

즉, 각자의 사람은 저마다의 일과 역할, 목표가 있다. 유관 부서는 대개 나와는 다른 KPI를 갖고 있다. 물론, 각각의 부서가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를 내고, 이 효율성이 회사 전체를 굴러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경쟁과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위와 아래에서 오는 수직 구조가 아니기에 더 어렵다.

지시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무턱대고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땐 ‘역지사지’를 떠올려야 한다. 하지만 ‘해결책’이 아닌 ‘대비책’으로서다. 많은 사람들이 역지사지를 해결책으로만 사용한다. 즉, 말이 안 통하는 막판에 이르러 “입장 바꿔 생각해 봅시다, 좀!”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어떨까? “그쪽이야말로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라고 맞받아치게 되고 그 갈등은 끝이 나지 않는다.


대비책으로서의 역지사지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다.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KPI나 목표 중, 나와 공통되는 부분은 어디까지고 다른 부분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입장을 인정할 건 인정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되 내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악착같이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KPI가 상충되는 부서와 높으신 분 앞에서 공식 회의를 해야 한다면, 상충되는 목표를 들고 역지사지를 외치며 싸우기보단, 회의 전 대비책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업무를 조정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는 실제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공식 회의상에서 서로의 부서가 Win-Win 하는 결과를 도출한 적이 꽤 많다. 즉, 대비책으로서의 역지사지는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직장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나를 성장시키는 곳도 없다. 성장으로 가는 길은 평탄하지가 않기에 나는 나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같은 월급쟁이들끼리 왜 이리도 지지고 볶을까를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제는 그 답을 안다. 같은 월급쟁이이기 때문이다. 


너와 나의 먹고사니즘이 충돌하는 곳에서, 양보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서로를 괴롭혀선 안된다. 스트레스에 발끈하여 그것을 남에게 흩어 뿌리려는 마음가짐은 걷어내야 한다. 요즘은 직장인 괴롭힘 방지법도 발효되지 않았는가. 내가 힘들다고 관습처럼 해오던 말과 행동을 했다가는 이제는 도덕적 잣대가 아닌 법적 잣대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직장을 위해선 함께 힘써야 하지 않을까.

나를 지키며 일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내가 힘든 이유는 무엇인지, 그렇다면 나는 나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혹시라도 내가 누군가에게 아픔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직장내 괴롭힘은 점점 사라질 것이고, 나는 그보다 더 많이 성장할 것이다. 나를 충분히 지켜내면서 말이다.




[직장내공],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저자

해외영업 마케팅 마케터

강연가, 코치, 멘토


송창현

ch.songsong@gmail.com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대단한 자신을 만나고 싶다면!)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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