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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03. 2019

행복한 피곤감을 추구하는 것

어차피 피곤할 거, 행복한 피곤감으로...!

아, 피곤해...!


나이가 들수록, 피곤을 업고 산단다.

머리가, 어깨가 그리고 온몸이 무거워. 마음은 너덜너덜. 사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데, 사람인지라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가뜩이나 피곤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아. 아마 너희들도 나름의 지침과 고달픔이 있을 거야. 사람은 누구나 피곤하니까.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왜 이렇게 피곤할까?'를 말이야. 그리고 나의 '피곤'을 돌아봤어. 과연 나의 피곤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하고.


나의 '피곤'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참 재밌었어.

아침 일찍 일어나면서부터 피곤했던 나를 돌이켜 보며, 직장에선 수많은 업무와 사람들과의 부대낌이 있음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한 꺼풀을 더 들여다봤지. 거기엔 직장에서 인정받고자, 나의 이름을 지키고자 발버둥 치는 아빠의 욕구가 있던 거야. 때로는 '더더더'를 외치며 욕심을 부려가면서까지 인정받으려 하고 살아남으려는 노력. 그러니 근본적으로 피곤할 수밖에. (우리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원초적인 피곤함이랄까...)


늦은 퇴근 후에는 그냥 잠자리에 드는 것이 많이 아쉽단 생각이 들었어.

직장에서 돌아와 그냥 쓰러져 잠든다면 나를 잃어버린다는 느낌. 뭐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나 자신을 위한 것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TV를 보거나 어쨌든 뭐라도 하는 것. 그렇게 늦게 잠을 청하고 나면 다음 날 아침이 개운하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든다면, 다음 날 허무한 마음으로 아마 스스로를 괴롭히며 또 다른 피곤함을 쌓아 갈 거야.


이러나저러나 삶은 참 피곤한 것 같아.


어차피 피곤할 거,
행복한 피곤감을 많이 느꼈으면!


그런데 돌이켜 보니, 피곤해도 기분 좋은 때가 있단 걸 문득 떠올렸어.

아마 고 3 때였던 것 같아. 대입 시험을 앞두고 새벽 2시경에 독서실을 나서던 그때. 몸은 녹초가 되었는데, 밤하늘에 별이 보이더라. 그 날따라 잘 풀렸던 어려운 문제들 때문이었을까. 스스로 대견하단 생각도 했던 것 같아. 그렇게 맞이한 새벽 2시의 고요함과 밤하늘은 내게 아주 큰 위로이자 행복이었어. 그리고는 그 날, 몇 시간 되지 않았지만 아주 깊이 말 그대로 꿀잠을 잤던 기억이 나. 다음 날 아침 일어나는 그 순간도 꽤 상쾌했었고.


아빠는 그걸 '행복한 피곤감'이라 칭하기로 했어.

'피곤'은 그리 긍정적인 단어가 아니지만, 아빠는 정말로 그날 '행복하게' 피곤했거든. 보람찬 마음이 아마도 피곤함을 노곤함으로 느끼게 한 것 같아. 마치, 목욕탕에 몸을 푹 담갔다가 나온 사람처럼. 몸에 힘이 별로 없지만, 마음은 충만한 느낌.


요즘, 그 행복한 피곤감을 또다시 추구하기 위해 아빠는 운동을 한단다.

뛰고 땀 흘리고 나면 스트레스도 많이 없어지고,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정리되거든. 무엇보다 땀을 흘린 후의 몸은 정직하게 반응 해. 젖산이 축적되며 근육은 당기고 피곤해지게 돼. 하지만, 운동을 했다는 만족감과 상쾌한 기분이 피곤함과 어우러져 노곤함이 되고 결과적으론 '행복한 피곤감'이 되는 거야. 출장 후에 시차 적응으로 힘들고, 스트레스로 잠 못 들던 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잠을 잘 자게 되고.




'피곤함'은 몸의 그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단다.

몸은 물론, 정신, 정서 그리고 영혼으로까지도 확장될 수 있어. 이 피곤함을 풀 수 있는 건 결국 '행복'이라는 피로회복제가 아닐까. 너희도 앞으로 '행복한 피곤감'을 느낄 때가 많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어. 뭔가 보람차게 하루를 보내고, 포근한 이불에 몸을 감싸고 기억을 돌이켜 오늘 내가 나에게 최선을 다했구나...라는 안도감과 기분 좋은 노곤함이 느껴질 때. 그 순간을 득달같이 알아차렸으면 해.


꼭 무언가를 달성하거나, 어떤 큰 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하루를 별 탈 없이 잘 살아낸 스스로를 인정하고 위로한다면 어쩌면 '행복한 피곤감'은 매일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할 거야.


사람은 언제나 피곤하니까.

그리고, 언제나 나 스스로를 인정할 마음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어차피 피곤할 거, 행복하게 피곤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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