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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7. 2019

나를 충전하는 시간

매번의 충전이 보람될 수 있도록

사람도 충전이 되나요?


대학생 때였다.

콘텐츠 아이디어 공모전이 있었는데, 지친 나를 충전한다는 이야기를 제출해 입상을 한 적이 있다. 이제 막 휴대폰이라는게 나왔던 때. 그와 더불어 IT 기기들도 다양해지던 시대였다. 하루의 마무리나 시작은, 그 늘어난 기기들에게 전기 밥을 먹이는 것이었는데 사실 지금도 그와 다르지 않다. 다만, 몇 가지 충전이 필요했던 기기들이 휴대폰 하나에 통합되면서 그 가짓수가 조금은 줄었다는 것뿐.


재밌고도 씁쓸한 건 문명의 이기들은 날로 발전하는데, 그와 비례해 우리의 피로도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문명의 이기'는 실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말 그대로 우리를 이롭게 하는 기계들인데 실상은 그와 반대다. 사람들은 휴대폰이 없던 시절을 회상하고, 디지털이 없던 시대를 반추한다. 

하지만 없어서 불편했던 시대를 택하느냐, 있어서 피로한 시대를 택하느냐는 이제 의미가 없다. 한 번 있어봤으면 그것에서 헤어 나오질 못한다.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다. 수많은 정보와 연락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어 피로와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그래서일까.

무언가를 충전하면서 나는 허탈해진다.

정작 방전된 것은 나인데, 충전해야 하는 것은 내 마음인데..... 세상 편안히 누워 에너지를 먹고 있는 녀석들이 얄밉다. 혹시라도 방전되지 않을까 충전기에, 보조배터리를 챙기고 여차하면 전기 콘센트를 찾아다니는 내 모습을 보면 그것들을 모시고 산다는 느낌마저 든다.


사실, 나는 '나'를 모시고 싶다.
그리고 잘 충전하고 싶다.


사실, 나는 '나를 모시고 싶다.

방전이 되었을 때, 재빨리 스스로를 충전하고 싶다. 급속이든 완충이든. 조용히 앉아 사색하고 싶다. 급습하는 걱정과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고, 오늘 나를 해코지 한 사람들을 잠시 잊고. 예전 휴대폰 충전기처럼 단자에 두 발을 올려놓아도 좋고, 요즘 것들처럼 몸 어딘가에 단자를 연결하거나 무선충전도 좋겠다.


사색, 가족, 독서, 글쓰기 등은 지금 나의 충전 동력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고 더해진 것들. 혼자 생각하는 시간, 나와 같이 사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순간, 지식의 습득과 감정의 표현이 나에게는 에너지원인 것이다. 


그러면, 서서히 차오르는 에너지.

차분해지는 마음. 또렷해지는 정신. 다시금 방향을 가다듬고 가던 길을 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나를 마주한 사람들을 존중하고 용서해줄 수 있는 여유까지. 


매일을 간당간당 절전모드로 살아가는 나는 얼마나 가련한가. 또 얼마나 위태로운가.


그래서 나는 나를 충전하는 시간에 대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려 한다.

어떻게 하면 충전이 되는지. 무엇을 할 때 방전은 덜 되는지.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그 사용과 방전은 동등하게 반복될 것이다. 그러니, 에너지의 흐름이 스트레스보다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열정으로 더 치우쳤으면 좋겠다. 즉, 방전이 되더라도 의미 있는 방전이 되길 원한다.


매번의 충전이 보람될 수 있도록.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대단한 자신을 만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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