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Dec 09. 2019

나만의 일상루틴 찾기

일상루틴으로 돌아오려는 '탄력 회복성'을 갖추기 위해!

겨우 그거예요?


우울증으로 오랜 시간을 집에서만 지내던 중년 여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첫 상담 후 그 여성은 담당 정신과 의사에게 물었다.

"약을 먹는 것 외에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요? 증상을 호전시키는데 좋은 음식이라도 있을까요?


이에, 의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자고, 일어나세요. 입맛이 없어도 가족들과 하루 한 끼는 꼭 같이 챙겨 드세요. 하루에 한 번은 문 밖으로 다만 몇 발자국이라도 나가세요. 그걸 지키면 됩니다. 간단하죠?"


그러자, 환자는 '겨우 그거?'라는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갔다고 한다.

한 신문에 마음 관련 기고글을 쓰는 어느 정신과 의사는 위와 같이 회상하며, '우울증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일상의 루틴이 깨지는 것'이 터닝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일상의 루틴 사이클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겨우 그거...'처럼 보이는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은 맛본 자만이 안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떠한 일상 루틴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 그저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하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일상 루틴은 어떨까.

대개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루틴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하루를 빼놓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달리기를 한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일상의 루틴을 빠짐없이 지켜나가는 것이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이라 말한다. 그들은 일상의 소중함을 안다. 일상을 하대하지 않고 극진히 대접한다. 

기대한바보다 특별나지 않는 그들의 일상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만의 일상루틴 찾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일상루틴'은 삶의 에너지다.

꾸준함과 우직함. 반복하는 힘과 버티기. 모두가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힘이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을 언급하여 유명세를 탔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우월한 유전자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이 함께 한 것이라 강조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듯한 이러한 이론은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에 의해 이미 설파된 바 있다. 그는 1993년 논문에서 엘리트 연주가와 아마추어의 실력 차이의 80%는 연습량 때문이라고 결론지은 것이다. 

연습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에게, '연습'은 일상이다. 그들은 기어코 '연습'을 자신만의 일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자신만의 일상을 만들고 그것을 지켜나가려 노력하는 것. 그리하여 끝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는 것. 

나만의 일상루틴이 필요한 이유다.


사실, 나만의 일상루틴을 찾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꼭 누구처럼 몇 시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야겠다는 다짐은 버리는 게 좋다. 그 순간 그것은 나만의 일상루틴이 아니라, 일상 괴롭힘이 될 것이 뻔하다. 하지 않으려는 자신과 순간순간 싸워야 하며, 그것을 하지 못했을 때 오는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만의 일상루틴 만들기의 첫걸음은, 그것을 새로 만들기보단 그것을 찾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씻고, 집안 정리하고,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는 것. 우리가 자연스레 하고 있는 그 생활을 우선 버겁게 느끼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일상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기에, 우리는 일상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오늘 하루를 보냈다면, 오늘은 무탈한 것이고 뭔가 큰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 일상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은 무의식에 깊이 자리매김하여, 오늘도 우리를 덜 흔들리도록 지탱해주고 있다는 걸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한 후에 내가 원하는 일상루틴을 조금씩, 하나씩 추가해보는 것이 좋다.


그러니, 오늘 나의 어제와 오늘을 되돌아보아 나만의 일상루틴을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내가 영위하는 일상루틴은 무엇인지, 매일 해야 해서 지겨울 수도 그래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도록. 


그러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일상에 녹여 루틴으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리고 마음이 힘들거나 고통으로 힘든 유사시에는 어서 빨리 일상 루틴으로 돌아오려는 '탄력 회복성'을 갖추게 된다는 것 또한.


P.S


글을 쓰기 시작한후부터는, 하루 중 어느 한 때라도 바흐 클래식 음악을 틀고 자판을 두드린다.

평소엔 듣지도 않던 클래식인데, 클래식과 함께 하는 글쓰기는 내 마음을 참 평안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루틴은 내 이름이 적힌 책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니, 책을 써야겠다는 거만함보다는 글을 써야겠다는, 그러니까 나의 일상루틴을 잘 지켜나가야겠다는 다짐을 매 순간 하고 만다.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매거진의 이전글 잘 쉬는 것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