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가며 살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가는 것이 곧 삶의 목적이라 믿는다. 갓난아기조차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악을 쓰고 울어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마찬가지다. 아기처럼 떼쓰며 울지를 못해서 그렇지 악을 쓰며 내가 원하는 걸 손에 넣으려 발버둥 친다. 그러나 세상의 혹독함은, 내가 원하는 걸 이루어내기란 점점 더 어려운 것이란 걸 깨닫게 해 준다. 인생의 아이러니는 참으로 혹독해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도, 너무 없어도 문제가 된다.
다시 맨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그것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그 질문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내가 이것을 원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사람은 맥아리가 없어진다. 무언가에 몰두하다가 정신 차려 보니,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거였나?' 하며 허탈해진 경험이 한 번씩 다 있을 것이다. 그나마 이러한 회한을 느껴보기라도 한다면 다행일까. 끓어오르는 열정이 있어도, 당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감은 우리 삶의 최대 적이다. 그러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는 하염없이 쪼그라든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유
대개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야?'란 질문을 받으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말한다.
'부자가 되는 것', '로또 1등 되는 것', '스포츠카 타는 것',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사는 것',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것' 등. 결국, 사람들은 돈과 명예에 관한 것들을 늘어놓는다.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며, 누구든 그것을 바라며 사는 게 지극히 정상적이고 현실적이다.
하지만 돌이켜봐야 할 것들이 있다.
이러한 욕구나 욕망은 대개 내부에서 우러러 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온 자극인 경우가 많다. 유명 연예인의 집, 인테리어, 미디어에 노출된 부자들의 삶, 드라마에 나오는 젊은 임원까지. 실제로 주위에서도 아파트 투자로 돈을 벌었다던가, 최연소 임원이 되었다는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솔직히 말해,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날 하루는 나의 본업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어서 빨리,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원하는 곳으로 올라가고픈 욕구가 진정을 뚫고 요동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계단을 올라가는 나를 비웃듯, 누군가가 로켓을 타고 저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이렇게 우리는 외부 자극에 의해, 내가 원하는 것의 리스트를 하나하나 늘여가고 있는지 모른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지도 못한 채.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알아내는 방법
외부에서 흘러 온, 그리고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란 건 큰 착각이다.
실제로 이미 우리 삶에서 몇몇은 검증을 한 적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 핵인싸 아이템을 구매했다고 해서 나도 따라 사고, 누군가 성공한 재테크 방법을 따라 해 어느 정도 재미를 봤던 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다음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란 질문에 또렷한 답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잊고는, 오히려 다음 아이템을 찾거나 더 큰 재미를 좇는 내가 아닌 껍데기가 남을 가능성이 높다.
계속 물을 들이켜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처럼, 우리는 더 큰 공허함에 허우적댈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분명 우리 안에 있다. 그것이 외부로부터 온 자극들로 인해 오염되었거나, 스스로 꽁꽁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우리의 '감정'과 많이 닮아서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한다.
재밌는 것은, 어쩌면 우리는 이미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삶에 지쳐서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예를 들어, 연예인들은 무명시절 무대에서고 싶어 안달한다. 그런데, 정작 무대에 서서 살인적인 스케줄에 쫓기다 보면 내가 뭐 하고 있나...라고 번아웃되는 경우가 많다. 때론,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연예인 생활을 내려놓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대학생이라면, 직장인이라면, 육아를 하고 있다면 그 전 단계를 돌이켜보자. '고 3만 벗어나자.. 대학만 가면 끝이야!', '취업만 되면 내가 평생 몸 바쳐 일할 거야!', '아이를 갖고 싶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마음속에서 울려 퍼진 그 원함의 크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토록 원하던 일인데, 정작 우리는 현재의 고달픔에 지쳐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목소리를 잊고 만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있는 현실의 바로 이곳에서 이미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고는 그것을 잽싸게 알아채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꾸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에 요동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말 그대로 내가 주체가 되어야지, 남들이 하는 걸 보고 그것을 원한다는 건 나를 내팽개치는 처사다. 지금 나의 모습은, 과거의 내가 원한 바를 내포하고 있다. 인생이 마음대로 안되어서 그렇지, 잘 되라는 염원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길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바랐을 것이다. 현재의 나도 미래의 '나'가 잘되길 바라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 행복은 추구하는 게 아니라 허용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에 빗대어, '내가 원하는 것'은 '(남을 따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채고 받아들이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가장 큰 힌트는 내 마음속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날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글을 잘 쓰지도, 많이 써보지도 않았는데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자괴감과 무수한 고민들을 범벅이며 살았는데, 불혹을 지나고 나서야 나는 '글쓰기'가 내가 원하는 것 중 하나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힘겨워하던 일상과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시간들은 글의 소재가 되어 나의 글쓰기를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은 때론,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아 짜깁기하여 나에게 좋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꽤 의미 있단 생각이다.
* 글쓰기의 본질을 전하는 사람들, 팀라이트가 브런치 글쓰기 강의와 공저출판 프로젝트를 런칭 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함께 주변의 글쓰기가 필요하신 분들께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