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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1. 2020

새해라는 자기 최면

사물의 활력: 새해

한 해가 다 가고 새로 시작하는 해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어지고, 그 숨을 자꾸만 죽이려는 것들에 반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와중에 나는 사람들이 그토록 살아 있지 않은 것에 숨을 불어넣으려 발버둥 치는 한 단어를 찾아냈다.

그건 바로 '새해'다. 그 단어 안에는 온갖 구질구질한 과거를 묻고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려는 욕구와 갈망이 가득하다. 그 욕구와 갈망은 너무 강해서 마치 '자기 최면'과도 같은 효과를 낸다. 어제와 오늘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데, 12월 31일에서 1월 1일을 넘어가는 어제와 오늘은 온 세상 사람들을 술렁이게 만든다. 아니, 어쩌면 사람들은 술렁이기 위해서 그렇게 숫자를 구분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한 삶의 어느 즈음을 구분하여 끊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강력한 의지. 시간은 여지없이 흐르고, 날짜는 변함없이 바뀌는 것인데, 거기에 온갖 의미를 첨가하여 새로운 날짜가 되었으니 나도 새사람이 되었다는 최면을 거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365일은 이집트의 나일강의 범람 시기를 알고자 한 데서 유래되었다.

이후, 율리우스력을 지나 그레고리력까지 이어져 현재의 달력이 사용되고 있다. 달력의 유래 자체가 새로운 마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주와 지구의 움직임, 그로 인한 계절과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려는 인류의 발버둥이었던 것이다.


오늘부터 1일이란 자기 최면


365일의 기원이 어찌 되었건, 끊고 갈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우리에게 축복이라 생각한다.

'새해'라는 단어에 그리도 생명력을 불어넣고는 나는 새로워졌다는 주문을 되뇔 수 있으니까. 그러면 우리는 마치 정말로 새로워진 것 같이 행동할 수가 있다. 지나간 모든 것을 과거라 칭하고, 이런저런 과거의 얼룩이 짙게 물든 옷은 벗어던지고 새로운 옷을 입은 것처럼. 새해에 하는 모든 것은 1년 중 처음 하는 무엇이 된다. 말 그대로 오늘부터 1일. 모든 것이 새로울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시간이나 날짜가 새로워진 것은 아니다.

사실, 새해는 별거 아니다. 결국 바뀐 건 내 마음이자 다짐이다. 4계절을 돌아 새로운 계절이 다시 올 거란 기대감도 한몫하지만, 결국 새롭게 시작할 거란 기대를 갖게 만드는 건 나다. 고로, 새로운 다짐을 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그 날을 새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살아가다 보면 때론 자기 최면이 꽤 쓸모 있을 때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오는 얼룩과 때에 집착하다 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을 때가 많다. 당장 조급하게 얼룩을 지우고 싶어 하거나, 남이 내 옷의 얼룩을 어떻게 볼까 고뇌하는 사이 나라는 존재는 옅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그러할 땐 오늘부터 1일이란 생각을 하거나, 이 얼룩이 멋(어떤 의미)이 될 수 있고 지금 당장 지우려다 더 번질 수 있으니 시간을 두고 처리해야겠다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우리가 무언가에 숨을 부여하려는 행동의 본질을 돌아본다면 재밌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숨쉬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것이다. 내가 숨쉬기 위해서, 숨 쉬지 않는 것에 숨을 부여하여 그것으로부터 어떠한 에너지를 얻으려는 것. 사물의 활력에 기대면서 우리는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새해에도 숨 쉬는 존재를 위협하는 사회의 군상은 여전하다. 갑질은 계속될 것이며, 인격보다는 수익창출과 효율성 제고가 우선인 시스템은 유지될 것이다.


그러한 사회나 시스템을 탓하기보단, 좀 더 많은 것들에 숨을 불어넣는 우리를 기대하는 게 낫다.

우리는 사회나 시스템의 일원이기에,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를 조정할 순 있으니 나 자신을 항상 가다듬고 돌아보려 한다.


그것이 내가 사물의 활력을 하나하나 찾아내려는 이유다.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대단한 자신을 만나고 싶다면!)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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