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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25. 2020

브런치 보기가 불편하다는 분에게

브런치에선 누구나 용감해졌으면 좋겠다.

브런치에서 만난 신박한 글


퇴근길이었다.

어김없이 전철에서는 브런치 앱을 연다. 브런치 홈으로 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글을 읽기 위함이다. 그러다 매우 흥미로운 글을 접했다. 브런치 보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글이었다. 애정을 담아 작정하고 쓴 글은 촌철살인이었다. 따박따박한 글의 내뱉음 속엔 송곳과 같은 뾰족함이, 가차 없이 흘러가는 글의 처음과 끝엔 사이다와 같은 시원함이 있었다.


요는, 브런치에 올라오는 주제들이 식상하다는 것이다.

식상하다 못해 지겹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고, 그 글들을 올리는 에디터 분들에게 항의 아닌 항의를 내비치는 듯도 보였다. 퇴사, 육아, 이혼, 여행 등의 글이 수두룩하고 내용이 고만고만하다는 의견이었다. 다른 곳에도 이러한 글이 넘쳐나는데, 브런치의 격(?)에 맞지 않는 글들이 대체 어떤 기준으로 올라오는지 모르겠단 내용. 강한 어조였지만, 애정이라는 것을 전제했으므로 아마도 한 에디터분이 감명과 당황의 사이에서 브런치 홈에 이 글을 노출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댓글들을 보니 그 시원함에 동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글을 돌아봐야겠다고 자성했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개인의 입장에서, 같은 주제의 글은 여러 개여서 식상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글 하나하나는, 고유한 한 개인이 쓴 생각과 마음이다. 즉, 나에겐 식상한 여러 여행 글 중 하나로 보여도, 그 글을 쓴 사람은 일생일대의 경험과 희열을 글로 옮겼을 것이다. 설령, 우연찮게도 각자의 다른 글들이 똑같은 장소를 이야기하고, 같은 사진을 올렸다고 한들 나는 그 글들에서 글쓴이 각각의 고유함을 보려 노력한다. 그 글들이 나에게는 천편일률적으로 보일 진 몰라도, 글을 쓴 각자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자산일까를 이해하며 보는 것이다.


또한, 브런치는 글쓰기의 동기를 불러일으켜주는 플랫폼이다.

조금, 아니. 많이 부족해도 내 글이 메인에 걸릴  수 있고 그게 신기해서 친구들에게 메인에 있는 내 글을 자랑하며 글을 쓰게 해주는 에너지를 준다. 나도 그랬다. 브런치 초반에 나는 필력도 없고, 뻔하디 뻔한 직장인 이야기를 주로 다뤘었다. 조금 다른 것이 있었다면 '퇴사'보다는 '버티기와 견디기'를 써서였을까. 어찌 되었건 내 부족한 글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고, 나 또한 누군가의 피드백에 미소를 지으며 글을 이어 나갔다.


나는 글쓰기 강의를 할 때 이야기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조회수가 '1'이상이 되거나, 'like it' 하나라도 받으면 기적이에요!"


이 세상엔 보고 즐길게 너무나 많은데, 휘황찬란하지 않고 담백한 브런치에 와서 부족하고 서투른 내 글을 누군가 시간을 내어 읽어 준다는 게 얼마나 큰 일인가 말이다. 거기에 'like it'을 누군가 눌러 주었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기적인 것이다.


브런치에선,
누구나 용감해졌으면 좋겠다.


브런치에 대한 애정을 논하자면 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꿈을 이뤄준 브런치 관계자 분들에게 노벨상을 주어야 한다고 온 체중을 실어 말하는 사람이다. 나도 브런치 덕분에 벌써 몇 권의 책이 출간되고, 강의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생산자'의 삶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나 또한 애정을 담아 말하자면 '브런치에서는 누구나 용감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즉, 서툴러도 모자라도 고만고만한 글이라도.

쓰는 것 자체가 큰 일이고, 대단한 시작이며, 스스로를 칭찬해야 할 일이라고. 내 글이 고만고만한 주제여서,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시작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면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믿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렵지도 않다. 쉽지 않은 이유는 뭔가 특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 마음의 벽 때문이고, 어렵지 않은 이유는 그냥 내 이야기를 쓰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브런치가 보기 불편하다는 그분의 말도 이해하고 수렴한다.

브런치가 보잘것없는 내 글을 그대로 받아 주었듯이.

(실제로 그 글은 재미있게 잘 읽었다.)


그리고 나는 이 세상 모든 글을 응원하고 싶다.

글의 주제나 완성도를 떠나, 이미 그들은 마음의 벽을 넘어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들이니까!


P.S

그러니, 내가 정말 너무 지겹고 뻔한 이야기를 쓰지 않았나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러하지 아니하고 계속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나가셨으면 좋겠다. 브런치의 세계에선 나쁜 글은 없으니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선택!)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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