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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27. 2020

내 글의 온도

적정한 온도가 되어 삶의 작은 활력이 되기를.

편집장님 글엔
온도가 있어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아니 글.

현재 출간 준비를 함께 하는 편집장님의 이메일을 열 때마다, 나는 어떠한 온도를 느낀다.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머금을 때의 그것과 같아서, 눈으로 읽었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 아마도 글의 앞이나 뒤에 붙는 인사말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인사말은 여느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느껴지는 그 따스함은 무얼까. 그렇게 나는 혼자 골똘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표현을 돌이켰다.

그래, 글의 온도. 그렇다면 내 글의 온도는 어떠할까?


내 글은 미지근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생각하기를, 내 글은 미지근하면 좋겠다고 결론지었다.

대부분 미지근하다는 표현은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사람이 왜 이리 미적지근 해?'란 말이 대표적이다. 이도 저도 아니거나,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기도 하니까. 물론, 내가 바라는 미지근함은 그러한 상태가 아니다. 다만, '미지근함의 미학'을 떠올려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지근함의 미학'은 뭘까?

나는 <직장내공>과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에서 이미 그것을 정의했다. 차가움과 뜨거움의 중간, 그 절묘한 순간을 만들어낼 줄 아는 실력이 그것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그리고 감성과 이성의 어느 중간은 웬만한 실력으론 만들어내기 힘들다. 그 지점은 고도의 균형이 잘 잡힌 어느 예술의 경지와 같다고 할 수 있을 테니까.


더불어 우리는 미지근함을 힐난하지만, 알게 모르게 미지근함을 추구한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샤워기를 틀고 미지근함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는가. 화났을 땐 좀 더 차가울 걸, 냉정할 땐 좀 더 따뜻하게 대할 걸... 이란 후회로 하루를 살아가고도 있다.


그러니, 내 글은 차가움과 뜨거움을 내포하여 필요할 때 그것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온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머리로 열렬히 생각하고,
마음으로 진실되게 쓴다!


그렇다면 미지근한 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개는 이성을 차가운 것으로, 감성을 뜨거운 것으로 표현한다. 이분법적인 사상은 세상을 효율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지만, 다양한 사고를 하는데 제약을 준다. 이분화된 갈래 속에서 우리는 미지근함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둘로 나누어진 것을 합쳐보면 된다.


(이분법적 사고를 활용하여) 차가운 머리로 냉철하게 생각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써내려 가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아침에 샤워기에서 만날 수 있는 그 정도의 온도가 나오지 않을까.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쓰자는 글쓰기 철학을 만든 이유다.


너무 차갑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뜨겁지도 않게.

그러나 그 안에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도록. 

많은 사람들이 미지근한 내 글이라는 탕에 앉아, 힘든 몸과 마음을 다시 충전하고 갔으면 한다. 너무 차가웠던 사람에게는 따뜻함을, 너무 뜨거웠던 사람에게는 덜 뜨거운 온도를 느끼게 해 주면서. 그렇게, 나의 글은 누구에게나 적정한 온도가 되어 삶의 작은 활력이 되기를.




아, 그래서 말인데.

그 편집장님의 메일, 글 그리고 안부가 왜 따뜻한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나는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써내어 미지근함을 만들지만, 그분은 사람의 온기를 고스란히 전한 게 아닐까 한다. 안부는 머리로 깊게 생각하여 마음으로 쓸 필요도 없으니까. '진정성'이란 보온 통이 그 인사말을 가지런하고 소중하게 담아 나에게 전달된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굳이 찬물과 따뜻한 물을 섞어 온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글을 쓰면 그 온기 그대로 따뜻함을 전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배움이 된다.)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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